일만 시간의 법칙
어느 분야이든 위대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에도 개인적으로는 예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획'이죠.
몇 년을 일해도 '기획'은 늘 새롭고 낯선 존재로 다가오거든요. 물론 기획론이나, 어떻게 하면 문제를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와 같은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익숙해지고 보다 전문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기획서를 써야 하는 순간마다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더 좋은 아이디어, 더 좋은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늘 고통이 함께 합니다.
기획자는 만렙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기획자의 '만렙 달성'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설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말이죠. 하지만 안랩 달성이 어렵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해야 할까요? 만렙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 한걸음 앞과 뒤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제가 주니어였던 시절의 문서를 보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문장과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구성이 젊은이의 패기였다고 포장해야 그나마 봐줄만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연차가 차고, 써내는 기획서가 쌓일수록 사고방식이나 기획 퀄리티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기획서는 좀 더 간결해지고 명확해졌으며 문제의 현상보다는 본질에 접근하고 있었으니까요.
인생과 기획의 닮은꼴
기획은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든요. '인생은 한방이지!'를 외치며 로또를 꿈꾸듯이 기획자는 기깔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방 있는 기획을 꿈꾸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만렙'이 없다는 점이 가장 비슷한데요. 인생과 기획은 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진득하게 견뎌야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글로 풀어내어 그것을 눈앞에 무언가로 실현해 나가는 일은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좌절도 가져오기도 하죠)
기획자는 만렙 달성을 목표로 하기보다 '도장깨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하며 다음 스테이지로 올라가는 것이죠. 고통스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이 기획자로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기획은 원래 만렙이 없어'라고 생각을 바꾸면 기획자 라이프가 더욱 즐거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어제보다 오늘 더 완벽해지는 기획자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