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자 공방

다시 태어난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

채채캘리

by Lagom
채채캘리 @chae_calligraphy




고향이 울산인 나는 서울역 KTX를 이용하여 집을 내려가기 때문에 서울역을 꽤 자주 방문했다. 그 때마다 내가 만난 서울역 주위의 모습은 항상 차가 많고 복잡했으며, 오래되고 음침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게 이 곳은 서울역을 이용할 일이 없다면 굳이 방문하지 않을 곳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 곳이 서울로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람길로 변모했다.


1970년 개통된 서울역 북쪽의 왕복 2차선 고가도로인 서울역 고가도로는 30여년 간 퇴계로와 만리재로, 청파로를 바로 연결하는 도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바닥 위에서 버틴 까닭일까. 여러 차례 보수를 시행했으나 결국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안전상의 우려로 2008년에는 노선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되는 등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한 것이 서울로, Seoullo이다.


서울로는 차가 다니던 길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바뀌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을 기대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서울로 사업은 시작부터 완공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본래 서울역 고가는 차량 통행이 많고 서울 도심을 잇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구간이었다. 때문에, 이 구간을 사람길로 재건한다고 했을 때 많은 찬반 논란이 있었고,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개장 후 그런 우려들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초기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던 거리에서, 점점 연인과 가족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거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공간 및 장소를 다시 회복시키는 프로젝트들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로 사업의 모델이었던 뉴욕의 하이라인 경우, 약 20여년 간 방치되어 있었던 고가철도가 철거될 계획이었으나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란 단체가 만들어지면서 자유분방한 뉴욕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또한 1993년 프랑스 파리에도 오랫동안 방치된 화물열차 이동로를 도시산책로로 만든 공중정원, 프롬나드 플랑테가 있다.


사실 뉴욕의 하이라인은 민간인들이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고, 기간이 오래 걸렸던 만큼 내적인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느낌이다. 뉴욕과 서울은 분명 시간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하이라인 같은 공원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적잖은 실망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도시 심장부를 관통하던 서울역 고가도로의 역사가 정갈하게 표현되어, 조금 묻혀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시도를 하며 실행에 옮기는 그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에서 바로 그 첫걸음을 떼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레 의미와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채채캘리 @chae_calligraph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함께 걸을까, 덕수궁 돌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