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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Oct 07. 2020

사이드 프로젝트는 언제 시작해야할까

나의 욕망 이해하기


이렇게 살다간 곧 40이 될 것 같아


 저는 취준생 신분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월급을 받게 되면 그간 못했던 것들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며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매일 업무와 씨름한 후 퇴근하면 침대에 누워 미드를 보다 잠드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학생 시절엔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을 정작 돈이 생기는 직장인 신분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게 되더군요아,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이런 의미였구나, 싶었습니다. 


 

 직장 생활 권태기가 찾아온다는 3년차 때였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늦게까지 회사에서 전투를 벌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쓰러지기 바빴죠. 간간히 하는 행위라곤 잠들기 전 미드를 몇편 보거나, 인터넷 쇼핑을 기웃거리는게 다였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제 엄지손가락은 작은 화면을 무의미하게 쓰다듬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취업 전에는 봉사활동, 책 읽기, 밴드, 공연기획, 독서모임 등등 참 많은 것들을 하며 살았는데 어쩌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회사원이 되버린걸까 싶었습니다. 학창시절 그 누구도 '나의 꿈은 회사원이에요!'하는 친구들은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죠.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간 곧 40이 되겠네 ㅡ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때부터 조금 더 생산적이고 오직 나만을 위해 할 무언가가 없을까, 생각했는데요. 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던 사람이었기에 당장 떠오르는 것들이 또 무수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고싶은 그 모든 걸 현실적으로 다 해낼 시간과 여유는 없죠. 먼저 제 상황을 파악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업계 대부분이 그렇듯, 퇴근시간은 정해져있지 않고 주말출근도 자주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따로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기엔 무리였어요.

 책상에 가만히 앉아 물건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는데요. 어릴 때부터 필기류를 좋아했던 저답게 여전히 책상 위엔 각양각색의 펜과 색연필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좋아하는 만년필을 들고 노트를 꺼내, 읽고 있던 책의 한 구절을 옮겨 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나오는 글귀였습니다. 



 제 첫 필사입니다. 만년필로 써놓고 보니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딱, 제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취직이 하고 싶어서 모든 걸 다 바쳐 쏟아부었는데, 막상 회사를 다니다보니 생각과 다른 현실 속에 적응하고 버티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는 제 모습.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회사지만 또 다시 내적 갈등을 시작하는 다 큰 어른이들의 고민인 것이죠.




 이렇게 제 첫 손글씨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업무는 아날로그와는 거리가 먼 일인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아날로그 손글씨에 집착했죠. 사각거리는 만년필 소리, 그리고 한글자씩 꾹꾹 눌러써가며 곱씹게 되는 문구가 저에겐 하루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힘이 되었습니다. 소비적으로만 살던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데도 삶의 양감은 턱없이 얇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때가 저는 우리가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고 '도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꼭 '어떤 형태'로 완성될 필요는 없다. 다만 꾸준히 반복적으로 해야만 오롯이 제 것이 됩니다. 거창한 목표를 먼저 앞세우면 출발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니까요.


For what it's worth it's never too late.
There is no time limit. Start whenever you want.
가치 있는 것을 하는데 늦었다는 것은 없단다
언제든 네가 원할 때 시작하면 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中


 사이드 프로젝트를 또 다른 '일'로 본다면 절대 꾸준히 해나갈 수 없습니다. 지금 내가 유지하고 있는 이 삶 속에 군데 군데 치즈 구멍처럼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손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업무에 대한 기억력도 더 좋아졌고 기획에 필요한 통찰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이드로 시작했지만 본업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죠.


 이거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니야? 하는 질문을 할 시간에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Just Do It ! 이라고 외치는 나이키 슬로건처럼 말이죠. 머뭇 머뭇하기엔 우리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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