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세지
성범죄
오늘은 강제추행으로 기소되어 무죄를 선고받은 두 사안을 함께 소개합니다.
두 사안 모두 강제추행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세지가
피고인의 강제추행 혐의를 벗게 해준 단서였습니다.
① A는 밤 11시 경 지하철역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B에게 접근하여 "일이 언제 끝나느냐"는 식의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얻었습니다. 이후 A는 B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B는 A의 집으로 이동하여 술을 더 마시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A는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B에게 입을 맞추었고, 거부하는 B에게 욕설을 하며 B의 속옷에 손을 넣어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② C는 서울에서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D는 행사를 대행하는 업체의 제작자였습니다. C는 D에게 해외마케팅 관련 업무를 의뢰하였고, 이에 두 사람은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외국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출장에서 C와 D는 함께 술을 마셨고, 숙소에서 함께 업무상 대화를 하다가 각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 후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C는 D를 발견하고 침대로 올라가 D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내용의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①의 사안에서 B는 A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하는 시점 이후에도 A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었습니다. 또한 A가 먼저 방을 나간 이후에도 B는 A에게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이제 일어났다. 잘 다녀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②의 사안에서 D는 이 사건 범행일시 이후 업무 등 관련하여 C와 일상적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업무도 C와 함께 실제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번에 함께 한 업무에 이어 타국에서 또 다른 업무를 진행할 것을 전제로 한 문자메시지를 C에게 전송하였고 실제로 그 업무의 일부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위 사안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주된 근거는, 사건 직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다정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타인의 반응에 의존적이고 정서적 결핍감을 느끼는 피해자의 인지적·정서적 특성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정황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사실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볼 것만은 아니나,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전형적으로 보일 법한 행위, 즉 가해자에 대한 항의나 피해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 주변에 대한 도움 요청 등과는 거리가 있을 뿐더러 오히려 일반적인 견지에서는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정황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관념적·추상적 의심을 넘어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봄이 옳다.
설령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반응이나 행동을 이해할 소지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결정적 증거가 되는 사건에서 공소사실과 상치되는 유력한 정황의 의미에 대하여 현시점에서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내밀한 심리적 특성만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반감하여 평가하기는 어렵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강제추행 등 성범죄의 경우 성범죄가 일어난 이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정황증거가 유죄의 증거 혹은 무죄를 입증하는 자료로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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