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없음(무혐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기소유예’라는 단어는 생소한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혐의없음’은 혐의가 없다, 즉 무죄라는 얘기고, ‘기소유예’는 유죄는 맞는데,
이번 한 번은 처벌하지 않고 선처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는 모두 검사가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지 않고 종결하는 처분입니다.
제69조(불기소처분)
③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1. 기소유예 :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호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혐의가 인정되는 사안에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은 매우 큰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재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얻은 것이니까요. 수사기관에서 조회하면 기록이 남지만 실제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과는 아닙니다
참고로 과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이력이 많다거나 기소유예 받은 경우에도, 새로운 혐의로 조사받게 되는 경우, 사실상 수사기관은 전과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처분 결과야 어찌되었든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많이 하고 다니는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혹은 ‘그때는 운이 좋아 넘어갔지만 이번에 또 걸려 들어온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에는 얽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요. 결과 여부를 불문하고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경험이 반복되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피의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없음(무죄)을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검사가 기소하여 사건이 재판단계로 넘어가게 된다면, 피고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기소가 되어야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나 제출 증거자료, 그리고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은 수사기록을 복사하여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수사단계에서는 증거를 일일이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가 어떤 증거로 나에게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지, 그리고 수사관이 무엇을 근거로 내가 유죄라고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소가 되면서 비로소 상대의 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때부터 객관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것인지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게 되면 피의자가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사건이 '유죄인 거 같기는 한데 이번에는 선처해줄게.'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기소되는 것과 달리 수사기록·증거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증거로 이러한 처분이 내려졌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법정에서 제대로 싸워볼 기회조차 잃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우 검찰에 처분을 다시 내려달라고 하거나, 법원에 형사재판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검사의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으로 헌법상 보장된 나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으니 이러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68조(헌법소원심판 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소원을 청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소유예 처분이 있음을 안 날(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청구를 해야 한다는 것과,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소유예에 대한 불복절차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잘못이 전혀 없는데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품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한편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 헌법소원이 인용되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되어 해당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다시 마무리되는 경우가 흔치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의 분석에 따르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는 확률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정의 이유를 설시합니다.
이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위 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함에 있어서 위 기소
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로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주문이 다음과 같이 기재되지요.
피청구인이 2018. ○○.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8형제◎◎◎◎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해당 사건은 검사가
다시 ‘혐의없음’ 처분을 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절차는 헌법소원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시는 방법만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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