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2017년 6월경부터 9월 2일까지 자신의 휴대전화로 총 7번의 불법촬영(순번 1~7번 범행)을 하였습니다. 이후 A는 2017년 9월 4일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짧은 치마를 입은 피해자 X의 뒤로 다가가 다리를 몰래 촬영하였습니다(순번 8번 범행).
A는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하였고, 휴대전화에 순번 1~7번 범행의 증거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순번 8번은 물론 순번 1~7번 범행까지 총 8건의 범행을 전부 기소하였습니다.
8번 범행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 휴대전화를사무실에서 탐색하는 과정에서 1~7번 범행의 영상을 발견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합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1~7번 범행 유죄, 2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다이나믹한 사건입니다.
1) 순번 8번 범행 피해자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영장 없이 압수하고, 피고인과 지구대 사무실로 임의동행하였다. 당시 작성된 압수조서에는 “피해자는 피혐의자가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을 지목하면서 자신의 뒷모습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피혐의자 또한 찍은 사실에 대하여 인정하여 범죄에 사용된 휴대폰 임의제출 요구한바 이에 응하여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2) 피고인과 임의동행한 경찰관은 지구대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살펴보았는데 순번 8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은 피고인이 임의제출하기 전에 삭제하여 찾지 못하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여성의 신체를 찍은 영상을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순번 8번 범행 외에도 여러 번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있음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3) 경찰관은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순번 1~7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의 출력물을 보여주었고, 피고인은 촬영한 시각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관련 영상물을 증거로 채택하게 된 경위
이 사건에서 A는 자신이 불법촬영을 발각된 자리에서 임의로 제출한 것은 순번 8번 범행에 불과하므로 순번 1~7번의 증거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 또한 순번 1~7번은 순번 8번과 촬영된 장소나 피해자 등이 달라 서로 관련성이 없으며, 경찰이 자신의 휴대폰을 살펴보는 동안 자신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받지 못하였다며 해당 사진은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순번 1~7번 범행으로는 자신을 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1심 법원에서는 A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A는 총 8개의 범행 모두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이 발각된 자리에서 촬영한 순번 8번 범행의 영상만 임의로 제출했을 뿐 이 사건 휴대전화에 담긴 순번 1~7번 범행 영상까지 제출할 의사였다고 볼 수 없고, 순번 1~7번 범행은 순번 8번 범행과 관련성도 없으며, 수사기관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면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순번 1~7번 범행 부분에 대한 사진은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 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어땠을가요?
수사기관이 전자정보를 담은 매체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면서 거기에 담긴 정보 중 무엇을 제출하는지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경우,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정보여야 압수의 대상이 되는데,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정보도 그에 포함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로부터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섞인 매체를 임의제출 받아 사무실 등지에서 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을 교부해야 하나,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의자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고인이 휴대전화로 성명 불상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이하 ‘1~7번 범행’이라고 한다), 짧은 치마를 입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피해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여(이하 ‘8번 범행’이라고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기소되었는데, 8번 범행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 휴대전화를 사무실에서 탐색하는 과정에서 1~7번 범행의 영상을 발견한 사안에서, 1~7번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촬영 기간이 8 번 범행 일시와 가깝고, 8번 범행과 마찬가지로 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에서 촬영되어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8번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 있는 증거인 점, 경찰관은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를 피고인이 있는 자리에서 살펴보고 8번 범행이 아닌 영상을 발견하였으므로 피고인이 탐색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경찰관이 피의자신문 시 1~7번 범행 영상을 제시하자 피고인은 그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쉽게 알아보고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으므로, 비록 피고인에게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이 교부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1~7번 범행으로 촬영한 영상의 출력물과 파일 복사본을 담은 CD는 임의제출에 의해 적법하게 압수된 전자정보에서 생성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결국 대법원의 입장은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할 때, 범죄의 증거를 확인하고 채택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변론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쟁점일 것입니다.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이나 영상 자료 증거에 대해 어디까지 동의의 효력이 미치는 것인지, 증거로서 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쟁점이 된 대법원 판례가 최근에 제법 나오고 있습니다. 점점 범죄가 디지털화 되다보니 증거도 디지털로 남아있고 대부분 휴대전화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관련 형사사건에 연루된 경우라면 이에 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진행하시길 강권해드립니다.
※ 관련 대법원 판례를 추가로 설명한 포스팅은 아래와 같으니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brunch.co.kr/@chaedn/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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