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내 마음에도 서리가 내린다

by chaegamsung

24 절기 중에서 내가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시기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상강(霜降)이다.


상강의 사전적 의미로는, '서리 상'과 '내릴 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고 점차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 점점 기온이 낮아져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완연한 가을도, 겨울도 아닌 이 시기에 유달리 급격히 짧아진 낮과 차가운 온도에 내 마음도 함께 서리가 내리는 것 같다. 회사 휴직도 끝나고 잠깐의 몽골 여행도 다녀왔음에도 내 마음의 불안은 무를 자르듯이 단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 복귀하면서도 여러 차례 나 자신에게 질문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 이제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이 남은 삶을 어떻게 헤쳐 살아가야 할지가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중 회사 본부 워크숍을 가게 되었고, 야외 활동 중 넘어져 버린 나는 갑자기 새끼손가락의 힘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처음엔 그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질 않았다. 다음 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CT 촬영을 하였는데,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주셨다.


'힘줄은 수술해도 성공 확률이 70%, 자연 부목 치료를 해도 성공 확률이 70%'...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갑자기 공황이 찾아온 것인지 시야가 어두워지며 쓰러졌다. 그렇게 약 두 번의 기절을 하고 나서 쓸쓸히 집으로 돌아와 하염없이 울었다.


'왜 자꾸 나에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좀 살아보려고, 어떻게든 살고자 아등바등 열심히 생활한다고 했는데, 또 나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왔다.



그렇게 손가락 부목 생활을 약 2개월 넘게 하였으나, 끊어진 나의 새끼손가락 힘줄은 다시 돌아오질 못했다.

그동안 약의 정량도 증가하였고, 진지하게 밥벌이의 삶으로 잠깐 꿈꿨었던 요가도 당분간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나는 혼자 또 저녁마다 집에서 울기를 반복하고, 그만 살고 싶다고 소리쳐 보았다가도 이런 나의 소식에 요리도 잘 못할 것을 알고선 반찬이랑 국이랑 들고 와주는 친구도 있었고, 내 손톱도 깎아주는 친구, 혼자 살고 있는 나의 부목 교체를 늘 간호사처럼 도와주던 동료도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가 이래저래 나는 왔다 갔다, 반복했었다.


부목 생활을 하면서 마음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시간을 찾기도 했으며,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손가락의 모습은 아니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엄청난 큰 문제가 없기에 이 정도로 감사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내가 두려워했던 상강 계절, 내 마음에 서리가 내리던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도 가까운 이들이 서리를 닦아주며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차가운 서리가 내린 만큼,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마치 서리를 견디며 더 강해지는 식물처럼,

나 역시 이 시간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돋움의 계기가 되었다.





KakaoTalk_20250402_233252617.jpg <드리시티 요가원 수업 중>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의 고통 속, 요가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