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을 짓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협업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서는 재미, 호기심 충족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은 목표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다. 기왕 호기심을 채울 바에는, 이 정보를 같이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초연결 지능』은 읽지 않으면 큰일 나는 책이었는데, 그래서 얼른 사서 (천천히) 읽었고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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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요지는 제목 그대로 지능은 이어질 때 의미 있다는 것, 그러나 연결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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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의미 있는 연결’부터 살펴보면, 우리는 개개인의 역량을 IQ와 같은 대단히 정형화된 수단으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인재를 골라내는데, 사실은 이게 구식이라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최근 신경과학에서는 뉴런의 숫자를 860억개(학자에 따라서는 1,260억개까지 주장한다)로 설명하는데, IQ 테스트가 그 복잡한 기관의 우열을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저자가 대안으로 꺼내드는 건 ‘집단 지능’이다. 따지고 보면 구석기 시대 조상들은 머리를 모았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고, 현대의 혁신 또한 누구 한 명의 마법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협업을 가리키는데, 변화가 소용돌이급으로 몰아치는 요즘 협업 없이 생존이 가능할까? 저자는 매우 회의적이었고, 나 또한 매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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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과 관련해선 협업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동 매뉴얼을 제안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9장이 인상적이었다. ‘대성당을 짓는 마음: 대규모 집단 지능’이라는 제목의 이 장에서 저자는 협업을 대성당 건축에 비유한다. 유럽의 성당 대부분은 100년, 혹은 그 이상에 걸쳐 건축된, 그야말로 시간을 넘어선 협업의 결정체일 것이다. 그들은 완공을 보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후임에게 자기 기술을 아낌없이 전해주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대성당은 이 과정을 백년 넘게 반복한 결과물이었다. 수천만 규모의 공동체의 협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우리는 이 규모에서 협업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선조처럼, 열린 마음으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제도화하자고 제안한다. 작은 노력이 이어질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를 근거로 이런 노력이 문화뿐 아니라 유전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금 더 알아봐야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가슴을 꽉 채웠던 막막함을 싹 비워낸 기분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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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면서 매번 드는 생각은 각개전투 문화를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나 일개 책스타그래머에게 과대망상에 가까운 꿈이었고, 그럴 때마다 무기력이 온 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초연결 지능』은 내 마음, 행동에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주었고, 때문에 대단히 의미 있는 책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