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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평창?

사계절이 설레는 평창

by 채그림

홀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다. 2017년에 혼자 제주도를 다녀오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늘 누군가와 함께, 계획을 미리 세우고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처럼,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하는 여행도 나름대로 큰 매력이 있다. 그곳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돈 많은 백수 컨셉으로 말이다. 그래서 2022년 여름 평창 여행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일이 모두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결국 두 명의 손님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초대 배경은 나의 농담 반 진담 반이다. 친구 K와 연인 J에게 ‘놀러 오려면 놀러 와.’라고 지나가며 말했던 것이 지나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7월 25일 방학식을 마치자마자, 친구 K와 동서울 터미널에서 만나 평창으로 출발했다.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니 구름과 햇빛이 적절히 섞인 하늘,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한여름의 평창은 따뜻한 가을 날씨이다. 그림자 밖으로 나가면 따뜻하고, 그림자 안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머무른다. 덥다는 생각이 들면 어떤 그림자라도 찾아서 그 속으로 들어가면 뜨거운 머리가 알맞은 온도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여름과는 다른 대관령의 여름을 즐기며, 장칼국수라고 크게 적힌 식당에 들어갔다. 친구와 왔을 때 좋은 점, 첫 번째,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장칼국수와 옹심이 칼국수를 주문하였고, 금방 나왔다. 급식에서 나온 옹심이 이후로는 처음 사 먹는 옹심이였는데, 겉은 쫄깃하고, 안은 감자인 듯 아닌 듯 사각사각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장칼국수는 칼칼하고 고소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사람도, 차도 없는 한적한 도로변을 산책하다가 호텔 체크인을 한 후, 펌프를 한바탕 뛰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펌프를 양보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고랭지 작물들이 푸르게 언덕을 뒤덮고 있었다. 전날보다 푸른 하늘을 보며 생각 없이 테라스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느낌이 생경했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양들이 보였는데, 생각보다 털이 하얗지 않아 머릿속 양의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언덕을 올랐는데, 여름은 여름인지 햇살이 뜨거웠다. 입구에 왜 검정 장우산을 비치해 두었는지, 가져온 우리를 칭찬하며 양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올라갔다. 울타리 바로 아래에 양들이 몰려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힘없이 누워있는 양들의 몸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어떻게라도 시원한 곳을 찾고자 했구나, 안타까운 마음과, 동물원에서 느꼈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무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 걸. 그곳을 지나쳐 더 위로 오르는데 곧 우리가 양들과 비슷한 심정이 되었다. 그늘로 들어가면 느리게 걷고, 양지에선 우산을 펴고 빠르게 걸었다. 그러다 벤치에 빈자리가 생겨 얼른 앉아서 풍경을 보는데, 그게 그곳에서의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평창 여행 꿀팁 첫 번째, 산의 날씨는 예측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뿌연 구름이 산을 뒤덮었고, 구름의 촉촉함을 느끼며 내려갔다. 검정 장우산의 또 다른 쓰임새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꿀팁 두 번째, 강원도에서는 면과 면 사이를 이동하려면 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시간표가 있어 비교적 정확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고, 가성비도 좋다. 시‘외’ 버스 터미널인데, 시‘내’를 가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는 게 새로웠고, 덕분에 끊임없이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는 원래 하루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하루 더 있다 가든지.”라는 말에 또 하루를 연장했다. 계획적인 친구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혼자 다니는 건 언제든 더 할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날을 준비했다.

언젠가 당신이 스타벅스에 들러서 ‘평창좋아님, 주문하신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음료의 주인은 나일 것이다. 평창은 고향이고 싶은 곳일 정도로 평창이 좋다. 스키를 즐기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나에겐 사계절이 완벽한 곳이다. (평창 시민으로서 자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겨울 눈 폭탄을 맞을 때 어떤 마음일지는 나중에 고민해 보겠다.) ‘평창’은 스키장, 올림픽, 겨울 여행지로 유명하지만, 나에게 평창은 이렇듯 여름에도 빛을 발하는 곳이다. 언젠가 겨울이 아닌 여름 평창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다른 나라에 도착해서 비행기 밖으로 나왔나 싶을 정도로 다른 질감의 공기를 들이마실 것이다. 필자의 남은 3일의 여행 경험은 직접 가서 경험할 수 있도록 생략하고자 한다.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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