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2021년 1월 7일
계기
2020년 4분기 진중 문고로 이 책이 선정되었다. 진중 문고를 정독해보는 것이 나 나름의 목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허지웅이라는 사람 자체도 마녀 사냥과 유튜브로 익히 봐왔고 호감도 있었기에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느낀 점
이 책은 암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은 그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지옥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론이 아닌 결심"이라고 말한다. 삶의 어떤 순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결국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라. 그리고 온전한 자신의 의지로 최선의 선택을 하라'인 것 같다. 나는 그가 니체에 대해 말한 부분을 읽고 나서야 그것을 이해했다. 저자는 한 챕터에서 니체의 운명애(amor fati)와 영원회귀에 대해 소개한다. 니체에 의하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순간은 처음 겪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은 영원 회귀에 의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반복해서 겪은 지겨운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 사실은 여러 방면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줬다. 나는 앞으로 지금의 이 순간을 몇 억 번이고 더 살아야 한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또 지금의 작은 슬픔 때문에 행복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의 다가올 행복을 포기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영원 회귀는 운명애까지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첫 100쪽 정도 읽고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그 책에 위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그 책을 다 읽지 못한 게 후회되고 그렇다. 꼭 양장본을 구입해서 그 책을 어두운 나의 날을 밝혀주는 빛으로 삼고 싶다.
적지 않은 통찰력과 깨달음을 이 책을 통해 얻었다. 해당 챕터의 본문에서 짧게 발췌한 글귀들이 각 챕터의 끝에 위치해 있다. 이게 이 책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 짧은 글을 되뇌고 있으면 그 챕터가 정말 다르게, 새롭게 느껴진다. 허지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굵직하게 마음속으로 박히더라.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기듯 삶을 살지 말고 내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죽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죽음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에서 세쓰코가 얼마나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살고 견뎌냈을지 희미하게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세쓰코가 살고자 결심한 그 순간에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삶을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