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016 #프랑수아즈_사강

by 이채준


작성 : 2021년 2월 25일


계기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스토브 리그> 때 이세영 역을 맡았던 박은빈이 주인공 채송아 역으로 나온다. 몰입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같은 이름의 소설이 있다고 들었다. 직접적인 모티프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박은빈 너무 이쁘다. 헤헤


느낀 점


"하지만 스무 살 때에는 지금과는 생각이 달랐어. 뚜렷하게 기억나. 나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지." 그랬다, 그녀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욕망에 쫓겨 거리를, 해변을 쏘다녔다. 그녀는 하나의 얼굴, 하나의 착상을 찾아 헤멨다. 요컨대 하나의 대상을 찾아서. 삼 대를 내려온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지가 그녀의 머리 위를 감돌고 있었다. 당시에도 장애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직업을, 그리고 남자를 ······.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추구해 온 그런 것들에 대해 그녀는 서른 아홉 살이 된 지금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148


아름답지 않은 사랑을 보았다. 연애의 참견 등에서 나오는 연애 고민 사연 같았다. 여자를 중심으로 삼각 구도가 이루어지는데 셋 모두 다 불안정하다. 여자 '폴'을 중심으로 남자 '로제'와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폴의 남자 친구인 로제는 일을 핑계대면서 몰래 바람을 피우는 한심한 남자다. 폴은 바람둥이 남자 친구 로제를 오 년째 사랑하고 있는 서른 아홉의 늙은 여자다. 시몽은 개츠비를 생각나게 하는 로맨티스트이자 어리고 무모한 스물 다섯의 몽상가다. 로제는 폴을 혼자 두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다. 저급한 그녀와는 뭔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폴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막상 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 폴은 로제의 태도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로제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 때문에 해로운 관계를 쉽게 끝내지 못한다. 이때 시몽이라는 젊은 남자가 등장해 폴에게 구애한다. 외로운 폴은 시몽을 쉽사리 뿌리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시몽은 너무 어렸다. 로제와 비교되던 시몽은 남자 친구라기보다는 아들 같았다. 로제도 어린 남자와 놀아나는 여자 친구를 보고 정신을 차렸는지 폴을 붙잡는다. 폴을 끝내 로제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날 밤 로제는 또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댄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이제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외쳤어야 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나 로제에게서 그런 반응이 나오기를 거의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 사이의 무엇인가가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99


폴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시몽이라는 좋은 기회를 두고 로제라는 익숙함의 이름을 가진 시궁창에 다시 들어간 그녀가 안타까웠다. 시몽이랑 이어지지 못했더라도 로제에게 다시 돌아가지는 않았어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약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금단 증상 때문에 끊어내지 못하는 그런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전적이지 않은 관계는 아프더라도 끊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 로제의 모습은 너무 당연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어이가 없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연애에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헤어진 연인에게 미련이 남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들이 생각하는 재회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져나갔다. 이 애매한 싸움이야 말로 그녀의 존재였다. -146


폴은 살아가기 위해 드라마를 필요로 했다. 비극의 주인공이 된 그들의 불행한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을 동정했다.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기다리듯 계속 자신을 시궁창으로 밀어 넣었다. 그곳에서 가당치도 않은 존재의 이유를 찾아 위안을 삼았다. 그러면 안됐다. 자기 자신을 동정하면 안 됐다. 스스로 검은 기사가 되어 보물을 지키고 있는 나쁜 용을 때려죽여야 된다. 다칠 수도 있고 죽다 살아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눈물을 닦고 일어나자.


인상 깊은 구절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죠." -30


"일은 잘 됐어. 내가 전부 맡기로 했어.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요즘 당신에게 골치 아픈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였어······." 폴이 말했다.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괴롭힌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내 생각에는 그저······."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폴?" -32


"당신 행복해?" "그래." 로제는 길게 몸을 뻗었다. 그녀가 자기 입으로 "나는 행복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 종일 그를 쫓아다니던 그 고통스러운 질문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바란 것은 그뿐이었다. -33


이 어리고 혈기 황성한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기쁨과 회의와 온정과 고통으로 뒤범벅된 그 오 년을. 그 누구도 자신을 로제에게서 떼어 낼 수는 없으리라. 그녀는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데 대해 로제에게 감사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탁자에 몸을 기댔다. -68


그녀는 이 년 전부터 발달시켜 온 그 무시무시한 자기 방어 기제, 무의식적인 두뇌의 반사 작용 덕택으로 릴까지 새로 뚫린 멋진 도로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77


'이건 좀 심하군.' 그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도 놀라며 생각했다. 여자가 쓰는 말을 문제 삼기 시작하는 건 끝이 가까워졌다는 얘긴데.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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