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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008 #호리_다쓰오

by 이채준


작성 : 2020년 12월 25일


계기


이 책도 더클래식 출판사라서 읽은 책이다. 감성적인 문학 서적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을 처음 적용해본 책이다. 되게 빨리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흠뻑 젖지 못했다. 좋은 소설을 읽으면 비 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걷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신발만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 들었다.


느낀 점


혹시라도 내가 잘못 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나면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 책을 모티프로 만든 애니메이션도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가장 큰 이유는 이 소설의 핵심인 그들의 사랑이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로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옭아매고 있다. 그들은 자연 속의 요양원에서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낸다. 그 지루한 매일매일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행복을 찾는다. 아름답지만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그들은 현재를 즐기기보다 행복했다고 믿고 싶은 과거에 묶여 소중한 하루하루를 갉아먹는다. 그렇다고 죽음을 뻔하게 앞둔 사람을 버려야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다 던지고 아픈 자신에게만 모든 관심을 다 쏟는다면 그 또한 부담이고 고통일 수밖에 없다. 과연 현실에서 이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이고 판타지지만 이런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 순애보, 진정한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주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몇 가지 때문에 신발만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로 번역이 어색한 것이다. 어순, 어투가 한국적이지 않았다고 느꼈다. 직독 직해한 것 같았다.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어색한 한자어들도 많이 있었다. 이 책의 첫 장인 서곡에서부터 그 뒤로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도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폐병에 걸린 세쓰코라는 약혼녀와 자연 속에서 요양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언젠가 세쓰코가 낫길 바라는 희망과 그녀의 나빠지고 있는 상태를 곁에서 바라보는 안타까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그것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소설의 배경과 무드를 채운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 둘이 만들어가는 추억과 행복, 그리고 사랑이 섬세하게 서술되어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좇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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