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짱을둘러싼모험D6.쉐라톤의 마지막 아침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by 채강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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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새벽에 눈을 떴다.

10시쯤 잠들어서 새벽에 홀로 사색을 하는 게 루틴이 됐다.

낮에 잠깐 낮잠을 잔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런 루틴을 즐겼다.

별과 놀아준 후 9시에 책을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든다.

그리고 새벽에 깨서 깨작깨작 이런저런 걸 한다.

해가 뜨는 순간을 보는 게 좋다.

하루가 시작된다는 느낌.


시간은 새벽 3시경.

우선 베란다로 나가 나짱 거리를 쳐다봤다.

조용하다.

크리스마스 열기는 어느새 식은 느낌.


그리고 침대에 누워 폰으로 전날 후기를 쓴다.

이것도 쓰다 보니 꽤 재미있다.

누군가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점도 고맙다.

좀 더 재미있게, 잘 쓰고 싶다.


고수 등급도 멀지 않아 보인다.

글은 채웠고, 댓글이 좀 남았다.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리의별을 마저 읽었다.

강태식 작가는 이번 책에서 꽤 달라졌다.

굿바이동물원의 유머러스함은 그대로지만,

좀 더 넓어지고 세련 돼졌다.


특히 도리스 브라운이 혼자 말로 과거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닮고 싶은 곳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읽었다.


도리스브라운? 알다마다...

로 시작되는 챕터.


책을 읽다가 다시 폰을 들었다.

엠엘비파크에 접속해 야구 소식을 봤다.

멀리 떨어져 있었더니 먼 세상의 이야기 같다.


각종 잡담을 늘어놓는 불펜을 보니 한국 상황이 그려졌다.

한국은 꽤 춥구나.

이곳과는 아주 먼 곳 같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면 추위에 떨면서 출근을 했겠지.

난 기본적으로 추위가 싫다.

더운 건 낫다.

하지만 추위는 싫다.

몸이 둔해지는 느낌이 싫다.

특히 야구가 없다는 게 가장.


반면 엠은 더위에 약하다.

이런 점도 서로 다른 점이다.

별을 낫기 전엔 몰랐던 부분이다.

아이를 낳고 엠은 부쩍 더위에 약해졌다.


바깥이 밝아와서 다시 베란다로 나가 밖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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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오전 내내 숙소에 있을 예정이어서 좀 느긋하게 조식을 먹었다.

우선 웨이크업 커피 한잔.

완전 중독돼 버렸다.

어제 고트 커피에서 아쉬웠던 걸 풀려고 두 잔을 마셨다.


호텔 조식도 5일째가 되다 보니 시큰둥해졌다.

사람은 싫증을 잘 내는 존재인가 보다.


별을 데리고 어제의 그 키즈룸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바로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앞에 아무것도 없어서인지 바람이 상당히 불었다.

그런데 그 바람을 뚫고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도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수건을 두르고 오드득 떨고 있었다.

인도에서 왔으면 추위에 더 약하지 않을까.

반면 러시안들은 이 정도 바람엔 끄떡없을지 모른다.


별과 어제의 그 얕은 수영장에서 놀이를 했다.

어제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또다시 섬에 갇힌 공주가 됐다.

난 공주를 위협하는 바닷속 괴물이 됐다가, 다시 구해주는 왕자가 되기도 했다.

왕자가 되면 별과 마음껏 허그를 할 수 있다.


아이와 이런 공주님 놀이를 하는 시간이 참 신기하다.

혼자 자란 나는 기본적으로 공주니, 왕자니 하는 동화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올림픽이라던지, 야구라던지, 혼자 그런 세계를 공상하면서 보냈다.

별도 언젠간 자신의 진짜 왕자를 찾아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서글퍼진다.


어제에 이어 한번 더 사우나를 갔다.

전날의 그 스탭이 멍하니 있다가 나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이날도 손님은 나 혼자.

홀로 이국의 사우나에 있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떤 영화에서 사우나 격투신을 본 기억이 났다.

서로 옷을 벗은 남자 둘이 죽이기 위해 싸운다.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간단히 사우나를 마치고 방으로 왔다.

12시까지 쭉 늘어져있다가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별은 디즈니 채널에 빠져 있었다.


오늘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참파아일랜드로 간다.

수영은 그곳에서 하기로 했다.


점심은 어떻게 할까.

자연스럽게 1층 피자샵으로 의견이 모였다.

가지, 뭐. 오늘은 3 피자를 먹겠다는 목표도 있다.


12시에 퇴실을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퇴실하면서 100달러를 환전했다.

이곳 환율이 가장 좋은 것 같으니.


그리고 다시 피자샵으로.

오늘은 3 피자. 난 바질 파스타에 아사이 드래프트.

엠과 별은 에이드를 시켰다.


피자는 확실히 5 피자가 가장 좋았다.

숫자는 들어가는 치즈의 가짓수를 의미한다.

많을수록 맛있는 건 당연하겠지.


별이 슈렉 파스타라고 부르는 바질 파스타에도 완전히 반했다.

또 오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한국으로 가기 전에 질리도록 먹고 싶은 곳이다.


바로 그랩카를 불러 참파 아일랜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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