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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Oct 06.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 D5.스카이라이트 야경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 일주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밤엔 좀 화려한 곳을 가기로 했다.

물론 전날 롯데마트도 사람들은 바글바글 했으나,

사실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으니.

 

쉐라톤에서 걸어서 갈만한 거리의 스카이라이트로 가기로 했다.

후기는 평이 좀 갈렸다.

하지만 실망이라는 평도 대체로 음식에 대한 부분.

음식은 길거리에서 반미 같은 걸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5시 즈음에 호텔에서 나와서 걸었다.

거리엔 벌써 사람들이 많았다.

반팔을 입고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걸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스카이라이트는 호텔 루프탑에 위치해 있었다.

이 호텔은 그렇게 좋은 호텔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위 루프탑은 나짱의 랜드마크가 됐다.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을 사면 음료 쿠폰을 하나씩 주는 식이다.

음식은 위에서 따로 주문할 수 있다고.

 

티켓을 내고 전용 출입문으로 입장했다.

출입문은 제법 근사했다.

바로 옆에 영어로 SKY LIGHT라고 쓰여 있고,

입구엔 커다란 보안대도 서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남자 스탭이 출입 검사를 하고 있었다.

뭘 잡아내는 진 모르겠지만, 제법 태는 났다.

 

출입문을 지나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이곳 앞에도 스탭이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이다.

아 나라의 인건비는 아직 싸다는 증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최고층 28층으로 띠링.

물론 엘리베이터 안에도 스탭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근사한 로비가 보였다.

왼쪽이 레스토랑, 오른쪽이 바.

오른쪽으로 꺾으니, 우와.

28층 루프탑의 야경이 펼쳐졌다.

전망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어서 쳐다봤지만 뭔가 조작을 해야 되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으로 봐도 훌륭했다.

말 그대로 스카이라이트.

루프탑엔 배트맨을 부르는 듯한 쌍라이트가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아, 쉐라톤에서 보이던 배트맨 불빛이 바로 여기서 비춘 거구나, 비로소 알게 됐다.


 

입구에 꽃으로 장식한 그네가 있었다.

포토 스팟이었다.

딱 공주 느낌의 그네.

별은 바로 신나서 그네로 달려갔다.

요즘 자신이 디즈니 공주라는 생각으로 사는 아이다.

인어공주에서 시작한 공상은, 최근엔 엘사로 이어졌다.

카메라를 들고 여러 포즈로 찰칵찰칵.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가기 싫다며 늘어지는 별을 끌고 나왔다.

나중에 다시 사진을 찍겠다고 약속했다.

 

바는 한 층 아래 있었다.

상당한 규모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야외 테이블도 제법 빈자리가 있었다.

우리가 앉자 스탭이 바로 음료 쿠폰을 확인하더니 주문을 받았다.

나와 엠은 칵테일로, 별은 콜라로 주문했다.

배가 고플 것 같아 피자도 주문했다.

 

우리가 일찍 온 덕분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곧바로 옆 테이블이 하나씩 차기 시작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오더니,

뒤를 이어 중국인 대가족이 차지했다.

 

중국인 가족에게 눈이 갔다.

할머니부터 갓난아기까지 총망라한 대식구다.


아이를 키워져 고맙다는 의미로 기획한 여행일까.

젊은 가족들은 사진을 찍고, 애 엄마는 아이를 졸졸 쫓아다녔다.

연장자로 보이는 노부부는 가장자리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그래도 자식들과 함께 여행에 오셨으니, 속으론 기쁘시겠지.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아직 해외에 한 번도 나와본 적이 없으신데.

다음엔 꼭, 이라는 말은 계속 되풀이된다.

국내 여행은 여러 곳 함께 다녔지만, 해외여행은 아직이다.

하긴 아직 엠과 별과도 해외여행은 많이 다니지 못했다.

별이 태어난 후로 여행은 사치가 됐다.

우린 아이를 애지중지하면서 키우는 부모다.

 

피자는 파인애플을 얹은 하와이안 피자.

가격은 크게 비싸진 않았다.

하지만 이 가격도 크리스마스 특별 가격인 것 같았다.

대신 피자맛은 아주 별로.

런치 때 먹었던 피자와 바로 비교가 됐다.

그 증거로 점심때 피자를 독차지하면서 먹던 별이, 여기선 갑자기 피자 욕심이 사라졌다.

엄마 아빠에게 먹어보라며 권유한다.



술을 마시면서 커다란 스크린을 쳐다봤다.

스크린에선 DJ 파티를 홍보하고 있었다.

3팀 정도의 초대 뮤지션의 홍보 영상이 계속해서 되풀이됐다.

베트남 현지 뮤지션인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저 들은.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파티 뮤지션이 된 걸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아버지 세대의 미군 부대 밴드 같은 존재일까.


그렇다면 꽤 부럽다.

이곳은 이제 여러 가지가 시작되는 가능성의 나라니까.

 

사실 나의 꿈도 뮤지션이었다.

오랫동안 꿈꿨다.

물론 꿈은 현실 앞에서 좌절했다.

재능의 문제와, 현실이라는 무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또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레스토랑 홍보 영상도 나왔다.

베트남 셀럽인 듯한 사람이 나와서 레스토랑 음식을 맛보는 형식이었다.

머리를 빡빡 밀어서 인텔리 해 보였다.

베트남의 백종원 정도 되려나.

영상은 꽤 세련됐다.

이곳 영상 수준도 제법 높은 것 같다.

 

별이 아까 그네로 다시 가자고 졸라서 함께 움직였다.

별은 그네에 가니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요즘 부쩍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폰에는 별의 사진이 가득하다.

원래 엠 사진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엠은 사진에 찍히길 싫어한다.

나도 대학교 시절엔 사진 찍는 걸 즐겼는데.

그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리곤 댓글을 즐겼었다.

 

별을 끌고 레스토랑 구경을 갔다.

레스토랑은 사전 예약제인지 빈자리가 없어 보였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기 있는 장소인 것 같았다.

 

바의 피자와는 달리, 이곳 음식은 수준이 높은 것 같았다.

레스토랑을 가로지르니 야외 테이블이 나왔다.

가운데 수영장도 있었다. 상당히 아름다웠다.

수영장 바닥엔 SKY LIGHT라고 적혀있고, 파란 조명이 글씨를 비추고 있었다.

 

끝에 신기한 게 있었다.

바닥이 투명한 곳이었다.

투명한 유리 같은 바닥을 철로 받쳐놓은 곳이다.

바닥에 서면 28층 아래가 보였다.

 

서양 가족들이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들은 바닥을 뛰어다녔다.

헉, 저기 안심해도 되는 걸까.

별이 자기도 올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순간 망설였다.

굳이 올라가야 될까.

혹시, 만약에, 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했다.

사고는 한순간이다.

튼튼해 보이는 새 건물도 빈틈이 있다.

시설 관련된 일을 조금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은 화를 냈다.

왜 다른 아이들은 돌아다니는데 못 올라가게 하냐는 이유다.

굳이 베트남까지 와서 올라갈 필요가 있냐고 설득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별을 데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별은 엠에게 바로 고자질을 했다.

아빠가 못 올라가게 했다고.

그래그래, 내가 나쁘다. 마음껏 흉봐라.

 

스탭에게 맥주를 한 병 더 시켰다.

피자는 그새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별이 엠을 슬금슬금 끌더니 밖으로 데리고 갔다.

아까 그 유리 바닥으로 가는 거겠지.

엠은 별을 안고 같이 걸을 테고.

엠은 나보다 배짱이 좋다.

 

혼자 앉아서 병맥주를 마시면서 멍하니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중국 대가족 할머니가 우리 테이블 끝에 슬쩍 앉았다.

가족들을 좀 더 넓게 앉게 하려는 배려. 우리네 어머니와 똑같다.

 

야외 테이블은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잠시 후 엠과 별이 왔다.

별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 걸 보니 유리 바닥을 걸은 모양이었다.

 

이곳은 밤 9시 이후엔 노키즈존이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슬슬 일어서기로 했다.

테이블도 꽉 차서 다음 사람을 위해 일어서야 했다.

 

나가기 전에 스테이지 앞에 섰다.


별에게,


너 여기서 춤출 수 있어?


라고 물었더니, 몸을 배배 꼬면서 부끄러워했다.


별은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다.

이 점은 엠을 닮았다.

난 어릴 때부터 김수철의 정신 차려를 부르던, 주목받기 좋아하던 아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오니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로비는 무채색의 개성 없는 호텔의 느낌이다.

이 호텔의 효자는 28층 루프탑이 아닐까.

그럼 다른 호텔들은 왜 저런 곳을 만들지 않는 걸까.

어쩌면 스카이라이트가 먼저 선수를 친 걸까.

그럼 처음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상을 받았겠지.

로비에서 잠시 공상을 했다.

 

호텔 맞은편엔 클럽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나짱에서 클럽을 발견한 건 처음이다.

이곳 나짱은 좁은 데다, 유흥 업소가 많지 않다.

가족 여행객에게 적합한 곳이다.

 

나도 어릴 때라면 저곳에 놀러 갔겠지.

엠과 처음 태국에 갔을 때 우린 둘이서 클럽에 놀러 갔다.

정말 좁은 소박한 클럽이었다.

둘이 춤을 추다 보니 서양인들이 들어와서 같이 놀았다.

서양인들은 아주 촌스러운 춤을 신이 나서 췄다.

 

배가 애매하게 불렀다.

나는 반미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반미를 파는 곳은 유독 손님이 없어 보였다.

원래 유명하잖아, 반미. 다들 왜 안 먹는 거야.

 

할 수 없이 고트 커피 옆에 있는 치킨 집으로 향했다.

KFC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브랜드 치킨을 먹고 싶었다.

이곳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어떤 베트남 아줌마가 새치기를 했다.

아주 뚱뚱하고 초라한 행색의 아줌마였다.

아줌마 뒤에는 자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의 행색도 초라했다.

 

어쩌면 아줌마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큰 맘먹고 외식을 나온 걸까.

그런데 아줌마가 너무 뻔뻔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부끄러울 게 없는 아줌마는 곤란하다.

 

치킨과 콜라를 포장해서 받았다.

별은 여기에 와서 탄산음료를 너무 자주 마신다.

한국에서 못 마신 설움을 풀겠다는 듯.

 

치킨 봉지를 들고 길을 건넜다.

끊임없이 오는 오토바이 행렬을 피해야 하는 미션.

이번에도 바로 옆에 베트남 가족들이 건널 때 함께 건넜다.

우리끼리 건너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방에 와서 치킨과 함께 전날 롯데마트에서 구입한 캔맥주를 마셨다.

어설프게 포만감이 들어서인지 맥주와 치킨에선 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치킨은 기름이 잔뜩 있는 것 같아 느끼했다.

인기의 비결은 느끼함인지.

아님 지금 내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랍스터 과자로 뜯었다.

이것도 실패.

랍스터 향은 조금 났지만 특별한 맛은 없었다.

 

엠은 전날 구입한 베트남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마시더니 바로 인상을 썼다.

오빠, 이거 한번 마셔봐.

나도 마시자마자 바로 우웩.

이해할 수 없는 맛이었다.

화장품을 탄 과일향이랄까.

설마 이거 여기서 유명한 음료인가.

 

별도 한 입 마시더니 바로 입을 뗀다.

하긴 사람 입맛은 다르니까.

베트남에선 인기 있는 맛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맥주를 마신 뒤 바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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