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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Sep 30.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5. 드디어 머드 스파

ep14.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이곳 나짱에서 특히 권할 만한 활동이 바로 머드 스파.

나짱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영상에서 머드 스파는 빠지지 않았다.

나도 꼭 받고 싶었다.

원래 사우나를 좋아한다.

몸을 뜨끈하게 지지면 피로가 풀린다.

 

나짱엔 에그 스파와 아이리조트라는 곳이 가장 유명한 것 같았다.

에그 스파는 달걀 모양의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게 특징이다.

한국의 배틀 트립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끈 것 같다.

그런데 일단 거리가 멀다.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길에 있다.

시내에서 다시 한참을 나가야 했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이 많다는 후기를 봤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아이리조트.

물론 이곳도 중국 관광객이 많지만, 아침 일찍 가면 좀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조식을 먹자마자 옷을 챙겨서 바로 그랩카를 불렀다.

 

그랩카 기사는 여성분.

차는 시내를 지나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시골길에도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많았다.

한 아주머니는 한 손에 빨간색 대야를 쥐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와서 별에게 아주머니를 가리켰다.

운전기사분도 웃으셨다.

 

시골길을 조금 더 달리니 드디어 아이리조트가 보였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곳이다.

차에서 내릴 때 기사분이 명함을 건네줬다.

명함엔 카카오톡 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공항에 갈 때 연락하라고.

깜언, 이라고 인사를 하고 명함을 받았다.

친절한 기사님이었다.

좀 먼 곳을 간다면 이용하고 싶지만,

공항엔 베나자에서 고수 등급을 만들어 샌딩 서비스를 받는 게 목표다.

 

아이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은 9시 남짓.

단체 관광객이 오기 전에 재빨리 티켓을 끊었다.

혹시 크리스마스에 영업을 안 하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전날 구글맵을 통해 알아보기도 했다.

다행히 연중무휴.

 

그런데 이곳의 탈의실은 악명 높다.

간이 탈의실 같은 곳에 들어가는데,

이 탈의실 밖으로 창이 뚫려 있고,

이 창은 입구와 닿아있다.

자칫 잘못하면 옷을 갈아입다가 눈이 마주치는 구조다.

 

더군다나 탈의실에 CCTV가 있다!

도난 방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거 원, 잘못하면 카메라에 찍힐지도.

 

결국 옷을 갈아입으려면 별도의 룸으로 가야 했지만,

난 귀찮아서 대충 갈아입었다.

여성분들은 조심해야 하지만요.

 

나중에 어떤 후기에서 여기 탈의실에 대한 웃긴 얘기를 봤다.

어떤 모녀 관광객이 왔는데,

딸이 엄마에게 CCTV가 있다며 다른 곳에서 갈아입으라고 말하니,

엄마가 말하길,

괜찮아, 여긴 외국이잖아.

라면서 그냥 갈아입으셨다고 ㅎㅎ

 

아무래도 외국에선 좀 관대 해지죠.

 

이곳의 또 다른 고민은 별도의 수영복을 입을 것이냐 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기에서 개인 수영복을 입고 머드를 하면 빨래하기 상당히 힘들다고 했다.

결국 여기서 받은 옷을 입고 들어가는 게 대부분인데,

이 옷이 상당히 촌스럽다.

파란색에 빨간 줄이 들어가 있는 디자인이다.

딱 시골 어린이들의 체육복 같은 느낌? 

 

하지만 대체로 용감하게 단체복을 입는다.

그런데 여성들은 가슴 뽕이 없어서 당황하기도 한다고.


 

단체복을 입고 엠과 별을 만났다.

둘 다 확 촌스러워 보이는 게 웃겼다.

머드 스파는 왼쪽에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새로운 손님이 올 때마다 새로 머드를 채우는 식이다.

우리 가족이 들어갈 욕조에 머드가 쏟아졌다.

이게 꽤 장관이다.

별은 더티하다며 질색을 한다.

 

옆엔 러시안 아줌마가 혼자 스파를 하고 있다.

몸집이 워낙 커서 혼자 들어가도 가득 찼다.

스파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인가 보다.

 

대충 스파가 채워져서 들어갔다.

물은 생각만큼 뜨겁진 않았다.

안 들어오겠다고 버티는 별을 끌고 들어왔다.

셋이 서로 팔에 머드를 발라줬다.

손으로 얼굴에 머드를 바르기도 했다.

뭔가 고와지는 기분이었다.

 

별은 곧 머드가 싫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직 밖이 추울 텐데 고집을 부리면서 나갔다.

그러더니 바로 옆에 머드를 씻을 수 있는 항아리에 관심을 가졌다.

항아리에서 물을 퍼서 끼얹는 놀이에 빠졌다.

 

여기서 있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라고 했다.

엠에게 발을 뻗으라고 하고 다리에 머드를 발라줬다.

보통 여자들이 머드 스파를 좋아한다는데.

 

별이 계속 샤워를 하고 싶다는 걸 말렸다.

이거, 지금 아니면 못 해.

하지만 별에겐 통하지 않았다.

하긴 내가 니 나이땐 머드 스파 같은 건 꿈도 못 꿨으니.

 

시간이 경과하자 바로 스탭이 왔다.

바로 옆 간이 샤워장에서 대충 샤워를 하고 각자 수영복을 갈아입고 만났다.

 

이곳 규모는 상당하다.

풀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다.

대신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다.

 

시간을 보니 9시 반 정도.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은 제법 많아 보였다.

사람들이 몰아닥칠까 싶어 바로 워터파크로 가기로 했다.

후기에서 보면 꽤 커다란 워터파크가 있다고 했다.

 

스탭이 가리키는 곳으로 갔지만 버기카는 보이지 않았다.

이정표를 보니 워터파크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였다.

일단 걷기로 했다.

걷다 보니 버기카가 우리를 지나쳐갔다.

아무래도 정류장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언덕을 하나 넘어가자 드디어 워터 슬라이드가 보였다.

배틀 트립에서 봤던 그 슬라이드다.

사실 난 저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다.

워터 슬라이드를 타다가 공중으로 날아가버렸다는 괴담을 두려워하는 류다.

반면 엠은 좋아한다.

캐리비안 베이 같은 곳을 가도 엠이 혼자 타고 오는 식이다.

 

워터 파크엔 우리가 첫 손님 같았다.

선배드가 모두 비어있어 아무 곳에나 누웠다.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솔솔 잠이 쏟아졌다.

엠이 먼저 별을 데리고 놀러 갔다.

 

잠깐 졸다가 다시 일어나 엠과 교대를 했다.

워터파크는 조그만 어린이 풀이 두 곳이 있고,

기다란 워터 슬라이드가 두 개 있는 구조다.

엠은 혼자 슬라이드를 타러 갔다.

 

별과 바로 인어공주 놀이를 시작했다.

풀장에 있는 해양 생물들이 인어공주를 생각나게 한 듯했다.

난 세바스찬 역할에 충실했다.

인어공주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역할이다.

어쩐지 열정적인 엄마가 된 기분이다.

 

다른 풀장에는 대형 튜브가 있었다.

도전 골든벨에 나오는 장애물처럼 생긴 튜브다.

이곳은 물이 꽤 따뜻했다.

튜브는 이미 열을 받아 뜨거웠다.

튜브에 올라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놀이를 했다.

 

튜브에서 내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저 멀리 뭔가 수상한 뭔가가 물에 떠 있었다.

 

흑색의 커다랗고 수상한 덩어리,

저것은 설마.

 

가까이 다가가니,

죽은 두꺼비였다!

 

허걱.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본의 아니게 두꺼비 시체가 익고 있는 물에서 놀고 있던 셈.

 

바로 별을 안고 물을 헤쳐 나갔다.

영화 부산행 실사 버전이었다.

 

별에겐 비밀로 했다.

비주얼 충격은 나 혼자로 충분하다.

 

잠시 후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온 엠에게 두꺼비 얘기를 하니 엠이 구경하러 갔다.

멀리서 보고 오더니,

진짜 두꺼비네.

라면서 신기해했다.


(같이 물에 있어보면 느낌이 또 다르다고!)

 

워터파크에도 조금씩 손님들이 몰려왔다.

대체로 한국 가족들.

한국인이 부지런한 걸까.

 

그런데 이곳 슬라이드는 좀 문제가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는다.

느리게 내려오다가 중간에 서 버리는 식이다.

엠도 막판엔 걸어서 내려왔다.

다른 한국인 여성도 억지로 미끄러지다 포기하고 걸어왔다.

물기가 필요해 보였다.

 

돌아올 땐 버기카를 이용했다.

언덕을 넘으면 바로 스파 입구라 워낙 가까운 거리였다.

 

별이 들어갈 수 있는 스파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새 많아졌다.

 

그런데 이곳 스파의 특징은 자연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나뭇잎과 벌레들이 자연히 스파에 빠졌다.

물론 두꺼비 시체를 보고 온 터라 벌레들은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한국인 가족들이 스파에 들어왔다.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들이 동시에 말이 멈추고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나의 시선도 그쪽으로.

허걱. 그곳엔 빨간 수영복을 입은 러시안 여성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스트 사이즈가 대단했다.

뭔가 비현실적인 크기였다.

 

한국인 남자들은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민망해진 듯 큼큼 헛기침을 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이 지나간 후였다.

그리고 애써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하하.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인정이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으니.

 

슬슬 배가 고파와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 수영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쉐라톤 수영장은 내일 오전에 이용하던지 해야겠다.

 

한쪽에 계란을 파는 곳이 보였다.

펄펄 끊는 온천물에 바로 삶아서 파는 곳이었다.

잠깐 흘긋거리다 돌아섰다.

돈을 다시 가지고 나오기 귀찮았다.

 

대충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단체 관광객 한 팀이 쏟아져 들어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우린 서두른 덕분에 느긋하게 스파를 즐길 수 있었다.

관광객엔 가이드도 있었다.

패키지 같은 형식일까.

 

사실 이곳 나짱은 워낙 작은 곳이라 패키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인원이 많다면 패키지가 효율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결정에 대한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의사 결정권자가 많아지면 갈등도 는다.

 

그랩카를 불러 다시 쉐라톤으로 향했다.


 

오늘도 점심은 피자샵.

시내로 나가서 먹을 기운도 없다.

무엇보다 이곳 피자샵은 훌륭하니까.

 

어제는 4 피자였으니,

오늘은 5 피자로 시켰다.

 

파스타는 엠이 시켰던 바질 파스타.

아사히 드래프트를 먼저 달라고 해서 쭉 들이켰다.

캬, 시원하다.

 

피자도 훌륭했다.

대체 이 집은 왜 후기가 없던 걸까.

이렇게 괜찮은 집이.

홍보를 할 필요가 없어서?

그래도 쉐라톤에 묵었던 많은 사람들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다.

 

계산을 하러 나와서 보니 주방이 거의 팩토리 수준이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인건비의 힘, 레시피의 힘 아닐까.

 

모두 피곤에 지쳐 바로 방으로 와서 휴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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