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한낮의 참파 아일랜드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은 우선 가격이 착한 숙소였다.
가격 때문에 좀 걱정을 했지만 가성비가 좋은 숙소다.
메인 로비에서 버기카를 타고 우리가 묵을 쿠베라 동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2박을 한다.
참파에선 이곳 쿠베라 동이 가장 좋은 곳인 것 같다.
바로 앞 풀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
한국인들도 많아 보였다.
한국말로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방이 두 개인 쿠베라로 들어오면서 다시 방이 나뉘었다.
별은 내 방 침대로 와서 껑충껑충 점프를 했다.
그래, 마음껏 뛰어놀아라.
티비를 트니 디즈니 채널은 아니지만 만화 채널이 있었다.
별이 티비를 보는 동안 옆에서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방에서 쉬다가 오후 4시, 밖으로 나왔다.
이날은 다운타운으로 향한다.
막상 다운타운에 위치한 쉐라톤에 묵었으면서 제대로 돌아보질 못했다.
메인 로비까지 걸었다.
버기카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걸어보기로 했다.
한낮의 태양은 위세가 꺾이고 있었다.
가는 길에 마사지 샵이 보여서 구경했다.
그런데 이곳이 꽤 근사해 보였다.
마사지 룸이 작은 방갈로 형식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90분 전신 마사지가 30달러 정도.
숙박객은 20프로 할인도 해준다고 했다.
콧수염을 기른 주인아저씨는 신뢰가 가는 타입이었다.
개인 사업자일까. 아니면 호텔에 고용된 매니저일까.
나중에 이용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메인 로비에서 그랩카를 부르고 주변을 둘러봤다.
참파 아일랜드는 정말 넓은 곳이다.
로비 옆엔 커다란 홀 같은 곳이 두 군데나 있었다.
코엑스 같은 곳에서 볼 법한 큼직한 룸이었다.
무슨 행사 같은 걸 하는 곳이 아닐까.
(나중에 보니 이곳은 금요일 저녁 결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참파 가든이라는 곳도 보였다.
아주 소박한 놀이터다.
별은 바로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졸랐다.
놀이터 입구에선 여성 스탭이 앉아 있었다.
입장료를 받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입장료 내고 들어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참파 가든 뒤로는 커다란 야외 레스토랑이 있었다.
어항엔 각종 해산물이 가득 있었다.
시내로 나가는 길엔 참파에서 운영하는 버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참파에서 프라이빗 비치까지 운영하는 버기카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버기카엔 다른 한국인 가족이 탔다.
별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었다.
버기카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
상당히 붐비는 참파 아일랜드 앞을 벗어나 좌측으로 꺾어서 강변을 달린다.
이곳은 한적하다.
바다와 연결된 강엔 수많은 고깃배들이 떠 있다.
아마 이곳은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을 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부자가 됐겠지만,
그 수는 적을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빈부의 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사방이 뻥 뚫린 버기카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색달랐다.
시클로를 타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버기카가 비치로드에 접어들었다.
그곳에서 오토바이 무리를 뚫고 커다랗게 유턴을 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뒤에서 보면서 아찔했다.
비치로드는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붐볐다.
젊은 여성이 모는 오토바이도 많았다.
시크한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였다.
앞 가족은 프라이빗 비치 근처에서 내렸다.
간단히 인사를 했다.
좋은 여행되시길.
우린 핑크 타워 앞에서 내렸다.
나짱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핑크 타워 앞에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굳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밖에서 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바로 앞에 나짱 비치가 보였다.
쉐라톤에 먹을 땐 멀리서 지켜보던 곳이다.
비치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가까이 보니 파도가 상당했다.
윈드 서핑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서핑은 들여오지 않은 걸까.
코코아를 파는 아줌마가 호객 행위를 했다.
별이 관심을 보였지만 다른 곳에서 사기로 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나를 따라다녔다.
경험상 아빠들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모레 사장으로 내려가니 쓰레기가 상당히 많았다.
저만치 앞에선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어휴, 좀 깨끗하게 이용합시다.
나짱 비치에선 쓰레기가 골치라는 말을 들었다.
바로 앞에 영어로 Happy Beach라고 쓰인 바가 보였다.
그 앞엔 모델 한혜진이 포즈를 잡았던 폐 자동차가 있었다.
엠에게 말하니 신기해했다.
티비에서 보던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화면보다 더 초라해 보였다.
비치에서 나와서 맞은편 나이트 마켓으로 건널 차례.
왕복 8차선 정도 되는 거대한 교차로에서 용감하게 길을 건너야 하는 미션이다.
주변에 길을 건너는 사람을 찾다가 어떤 현지인 아저씨가 건너는 걸 보고 따라 건넜다.
하지만 아저씨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저만치 건너갔고, 결국 찻길에는 우리 가족만 남게 됐다.
달려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피하면서 아슬아슬 길을 건넜다.
별은 내가 안았다.
드디어 길 건너기 미션 클리어!
엠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단한 모험을 한 기분이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나이트 마켓으로 들어갔지만, 아직 문을 연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휴일일까.
어제 크리스마스에서 하얗게 불태운 후.
나이트 마켓은 거리 한 블록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마켓에서 나왔다.
구글맵에 따르면 조금만 더 걸어가면 레인 포레스트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베나자 스토어가 있다.
저녁 식사는 한식으로 하기로 했다.
마켓 건너편 골목길을 걸어가는 게 꽤 재밌었다.
한국에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마사지 샵에선 우리들을 보고 호객 행위를 했다.
가격은 한국 제휴 샵의 반 값 정도로 보였다.
웨스턴 스타일의 바와 예쁜 브런치 카페도 눈에 띄었다.
저런 곳에 가도 좋을 텐데.
미리 여행을 계획했을 때의 단점은, 검증된 곳만 간다는 점이다.
시행착오의 기회를 잃는다.
걷다 보니 익숙한 곳이 눈에 띄었다.
funky monkey.
저곳은 호핑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다.
가게 하나 규모의 아주 작은 곳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봤다.
사진을 보니 베나자 카페에서 봤던 그 호핑투어가 맞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기는 투어.
내가 가장 끌리는 투어다.
이곳까지 와서 한국인끼리 하는 투어에 참가하고 싶진 않다.
골목을 벗어나니 저 멀리 자연주의 풍의 3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오, 저기구나. 레인 포레스트.
그런데 오늘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래도 이브 날보단 훨씬 짧다.
앞에 세 팀 정도 있었다.
입구에선 경비복을 입은 늙은 스탭이 인원을 체크하고 있었다.
인원을 말하고 조금 기다리니 바로 자리가 났다고.
안에 들어가니 상당히 붐볐다.
우선 면적 자체가 좁다.
이 좁은 곳에 가파르게 3층 높이의 카페가 솟아있다.
빈자리를 알아서 찾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한국에서 미리 봐 둔 대로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해먹을 닮은 자리, 그 바로 옆에 빈 테이블을 발견했다.
빙고. 아주 좋은 자리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살폈다.
다 맛있어 보인다.
먹고 싶은 게 가득이다.
난 우선 화이트 커피를 시켰고, 반미도 시켰다.
드디어 진짜 반미를 먹는구나.
엠과 별은 딸기 요거트와 망고 스무디를 시켰다.
음식이 나올 동안 별과 함께 카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경사가 상당히 가팔랐다.
아차 하면 1층까지 굴러 떨어질 수준이었다.
특히 아이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별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듯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특히 그네 자리를 탐냈다.
말 그대로 그네로 만든 자리다.
그네에 탄 것처럼 휭휭 스윙을 하면서 앉는 곳.
별이 한국 아줌마들이 앉은 그네 자리를 기웃거리자,
한 아줌마가 별에게 앉으라며 옆 자리를 권했다.
별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그네 자리에 앉았다.
아줌마는 별을 쳐다보면서,
마음껏 앉아, 얘. 근데 그렇게 편하지는 않아.
라면서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별과 3층까지 올라가 봤다.
3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그런데 이곳에 아주 신기한 시스템이 있었다.
3층과 1층을 끈으로 잇는 대나무 통.
여기에 현금을 넣고 3층과 1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돈을 주고받았다.
하긴 직접 걸어가긴 힘들겠죠.
음식도 층마다 멈추는 작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왔다.
자리로 가니 음식이 나와 있었다.
티비에서 보던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었다.
금색 철제에 커피가 들어있고, 그 아래로 한 방울씩 커피가 내려졌다.
어떨까, 저런 걸 하나 집에 사간다면.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좋을 텐데.
물론, 귀찮음 때문에 자신은 없지만.
반미는 좀 당황스러운 비주얼이었다.
내가 생각한 반미는 샌드위치 형식인데,
여기선 바게트 빵과 함께 빨간 국물이 나왔다.
음, 이걸 저기에 찍어 먹는 걸까.
바게트를 찍어서 먹어봤는데, 국물은 똠 양 꿍처럼 시큼했다.
뭐, 나쁘지 않은 맛.
하지만 두 번 먹진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찍어 먹는 게 맞겠죠.
레인 포레스트는 회전율이 상당했다.
옆 테이블 손님이 그새 바뀌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으로 보였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 덕분일까.
커피도 만족.
티비에서 보던 레인 포레스트 커피를 마시니, 당분간 원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