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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D Oct 18. 2024

나짱을둘러싼모험D7. 참파아일랜드에서 하루

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이날 새벽도 루틴대로 어두울 때 깨서 빈둥빈둥.

폰으로 후기를 적고, 리의별을 읽었다.

베나자 고수 등급은 다 채워진 것 같다.

등급을 올려달라는 글을 쓸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

누가 좀 알아줘, 하는 자랑 하고픈 마음.

근데 신나서 후기 쓰더니 결국 고수 등급 받겠다는 거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꿈 깨셔! 내 글을 누가 그렇게 챙겨 보겠어!

 

리의별도 끝으로 향하는 중.

내가 좋아하는 챕터인 플랜A에 도착한 지구인들, 부분이다.

역시 유머러스한 부분이다.

작가가 시침을 뚝 떼고 농담을 늘어놓는다.

게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외계 생물이라는 등, 뻔뻔한 설정이 재미있다.

일부러 길게 늘여 쓰는 듯한 문장도 이 챕터에선 특히 절정.

배울 부분을 머릿속에 잘 넣어보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공을 들여서 읽었다.

 

다른 방에서 잠들어 있는 엠과 별 쪽으로 가봤다.

참 곤히 잠들어 있군.

별은 자는 동안 90도 회전해 있고, 엠은 침대 구석까지 밀려 웅크리고 자고 있다.

하하하. 별은 나중에 오늘 밤을 기억할까.

설마 커서도 저렇게 빙글빙글 돌면서 자는 건 아니겠지.

 

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작은 발을 조몰락거렸다.

기적이다. 아이라는 존재는.

결혼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꼭 한 명 정도는 낳아보라.

이게 나의 주장이다.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인생을 뒤흔드는 경험이다.

그리고 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준다.

 

출산 정책도 아이 자체에 맞춰져야 한다.

출산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느니, 아예 그 돈을 아이들에게 배분해 주면 어떨까.

그럼 출산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난 환경 이슈와 출산에 관심이 많다.

 

아직 밖은 어두웠지만 새벽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시간은 5시. 곧 해가 뜰 것이다.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멀리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쳐다보니 대단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참파 아일랜드 맞은편에서 불빛이 비추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 앞 바닷물엔 배들이 가득이다.

흥정하는 소리일까.

어시장처럼 보였다.

 

뭔가 감동스러웠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지만, 저들의 하루는 이미 시작했다.

나짱에서 먹은 해산물들도 저분들 덕분이겠지.

부지런한 어촌 사람들은 한국이나, 여기나 같다.

 

가까이 가보니 파란색의 물고기 잡이 배 사이사이에 빨간색 대야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와우, 저걸 타고 고기를 잡나 보군요.

자칫 잘 못 옆으로 기울면 바로 물로 풍덩 빠질 것 같이 아찔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겠지. 저것이 생활인 사람들이니.

 

천천히 주변이 밝아졌다.

베트남에서 새벽의 어시장을 보다니.

우연히 찾은 행운이다.

 

참파 아일랜드 둘레길을 쭉 따라 걸었다.

멀리 포나가르 사원도 보였다.

내일은 저곳에 관광을 가볼 생각.

거리가 가까워 보이는데 걸어서 가도 될지.

 

해가 떠오르는 바다는 아름다웠다.

나짱에서의 일곱 번째 날, 

첫날은 새벽에 왔으니 여섯 번째 태양이다.

어느덧 여행도 절반이 지나고 있다.

 

조식을 먹은 뒤 버기카를 타고 프라이빗 비치로.

오늘은 참파 아일랜드에서 천천히 즐기는 날이다.


 

오전 9시 20분.

시간에 맞춰 버기카를 타고 어제 동선대로 밖으로 향했다.

거리엔 벌써 오토바이들이 가득.

버기카는 요령 있게 그 사이를 지나갔다.

 

비치 로드에서 크게 좌회전을 하고 바로 내리니 프라이빗 비치.

나짱 비치에서 끝 쪽에 위치한 곳이다.

우선 다음 버기카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0분과 오후 1시 30분.

다음 차를 타려면 시간이 좀 빠듯한 것 같지만, 오후까지 기다리긴 힘들 것 같았다.

 

스탭의 안내를 받으며 파라솔에 비치 타월을 깔았다.

참파 아일랜드의 깃발이 펄럭이는 구역이었다.

벌써 누워서 선탠을 하는 러시안들도 있었다.

와,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지.

택시를 타고 나왔을까.


 

바로 별과 함께 바다로.

드디어 나짱 비치로 풍덩.

 

듣던 대로 나짱 비치의 파도는 상당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바로 철썩 파도에 맞아 온몸이 젖었다.

젖은 김에 좀 더 깊이 들어가 파도를 맞았다.

이런 무방비 상태로 파도를 맞는 건 처음이다.

이 정도의 파도면 윈드 서핑 같은 걸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주변에 서핑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떨까. 이곳에서 윈드 서핑 카페 같은 걸 차리면.

매일 바다를 보면서 늙어가면 좋을 텐데.

 

별은 쇼핑몰에서 구입한 구관조 튜브를 끼우고 파도를 맞았다.

달려오는 파도가 겨울왕국 2에 나오는 물의 전령, 워터 노크 같다고 했다.

이내 공상에 빠져 들었다.

아마 별의 머릿속은 이미 겨울왕국의 무대인 아렌달 왕국으로 가 있을 거다.

달려오는 파도를 받는 엘사의 심정이 아닐까.

 

나도 파도를 맞으러 들어갔다.

좀 더 먼 곳으로 가자 키 높이까지 파도를 치는 곳이 있었다.

파도가 하도 세서 저절로 몸이 밀렸다.

대단한 세기다.

 

파도 맞기가 인기인지 옆으로 사람들이 늘어섰다.

러시안 아저씨는 가만히 서서 파도를 맞더니 갑자기 파도를 뚫고 헤엄을 쳤다.

대단한 실력. 혹시 러시아 해군 같은 분이 아닐까.

그 옆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베트남 소년도 나타났다.

이 소년은 파도가 밀려올 때 미사일처럼 머리로 그 사이를 뚫고 나간다.

하하. 대단한 기술이네.

파도 뚫기가 재밌어서 나도 따라 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한참 파도 맞기를 하면서 놀았다.

충분히 재밌었다.

그리고 선베드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

벌써 선베드는 제법 사람들로 차 있었다.

선베드에 앉아 쉬던 엠도 별과 함께 파도를 맞으며 놀았다.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11시.

가지고 온 소지품을 대충 정리하고 아까 내린 곳으로 가보니 이미 버기카가 도착해 있었다.

먼저 와서 우릴 기다리신 것 같았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서인지 버기카는 바로 유턴을 해서 리조트로 향했다.

해는 이미 한가운데 떠 있었다.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 날씨였는데.

이번 나짱 여행의 날씨는 축복이다.

 

점심은 참파 아일랜드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조식을 먹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손님은 딱 우리뿐.

조식을 먹던 손님들은 다들 밖으로 나간 건지.

 

메뉴를 보고 하와이안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했다.

난 팟타이를 골랐다.

타이거 드래프트 비어도 한 잔.

 

주방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우리 때문에 일 하시는 건 아닌지.

 

맥주는 시원했지만 음식은 그저 그런 수준.

특히 피자는 쉐라톤 피자샵과 비교가 됐다.

별의 입맛은 정직했다.

쉐라톤에선 피자를 혼자 다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여기선 갑자기 엄마 아빠도 먹으라고 권한다. 하하.

 

대충 배를 채우고 방에서 푹 늘어졌다.

여행의 절반이다.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


내일은 1시간 정도를 달려 독렛 비치라는 조용한 곳으로 간다.

썸 데이즈 오브 사일런스, 라는 인디밴드 이름 같은 리조트에서 3박을 한다.

어떤 곳일지 감이 안 왔다.

파라다이스라는 후기를 보고 예약했다.

한국에선 거의 입소문이 나지 않은 곳 같았다.

 

오후 4시에 마사지를 예약했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서 걸어서 마사지 샵으로.

전날 만났던 콧수염을 기른 매니저가 반겨줬다.

 

메뉴판을 보면서 마사지를 골랐다.

베트남 트러디셔널, 이라는 코스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매니저가 깜짝 놀라더니, 파이어로 등을 지지직 한다며 손짓으로 설명했다.

아, 부황인가. 그러면 좀...

아직 부황을 맞아본 적은 없다.

 

추천을 해달라니, 히말라야 스톤 마사지를 추천해 줬다.

그럼 그걸로 해주세요.

의자에서 잠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차도 줬는데 이게 상당히 맛있었다.

이름이 뭘까. 이 음료는.


 

조금 기다리다 방갈로로 안내됐다.

이곳이 상당히 근사했다.

침대 세 개가 놓인 방이다.

나무로 만든 집이 물 위에 떠 있다.

천장도 가느다란 나무로 만들었다.

침대 옆에 샤워실이 있고, 사우나도 있었다.

20분 정도 사우나를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별도 색다른 공간에 와서 신이 난 것 같았다.

특히 마사지 침대가 신기한 듯했다.

얼굴 부분이 뻥 뚫린 부분을 들여다보며 장난을 쳤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마사지사가 입장.

등을 돌려 엎드려 누웠다.

갑자기 별이 다가와 밑에서 얼굴을 마주치며 장난을 쳤다.

하하. 장난은 안 된다.

별은 끝 침대에서 탭을 켜고 인어공주 3를 틀어줬다.

그러고 보니 마사지받을 때마다 인어공주 3다.

 

마사지사는 가볍게 몸을 풀더니 히말라야 스톤으로 보이는 돌을 들었다.

뜨거운 듯 손으로 들고 흔들더니,

스톤을 목 뒤에 댔다.

그리고 등까지 쭈욱 내렸다.

뜨거울 것 같아 움찔했으나 따뜻한 정도였다.


그렇게 등 마사지를 하다, 이번엔 스톤을 가지고 발 마사지를 했다.

아, 그럼 저 스톤은 여러 사람의 발에 닿았겠군요. 하하.

뜨거운 스톤으로 발 마사지를 받으니 시원했다.

하지만 스톤 마사지 자체의 시간은 짧았다. 한 오 분 정도?

 

이후 마사지는 일반 마사지와 비슷했다.

바깥 태양도 서서히 지고 있었다.

바닥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지를 받았던 곳에서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사지를 다 받고 나니 이미 바깥은 깜깜해져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과일 요거트를 하나씩 줬다.

그런데 이 요거트가 상당히 맛있었다.

별도 맛있는지 후루룩 먹어치웠다.

 

오늘 저녁은 뭘 할까.

엄마 아빠 마사지를 기다려준 별에게 선택권을 줬다.

물론 신나게 인어공주를 본 건 안 비밀이지만 ㅎㅎ

 

별은 큰 고민 없이 롯데마트!라고 외쳤다.

그곳에서 아빠랑 인형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하. 알겠어.

결국 베트남까지 와서도 아이와 노는 건 똑같구나.

 

바로 그랩카를 불러 롯데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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