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닫힌 문 앞의 마지막 서성임
- mini prolog -
닫힌 문은 끝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조용히 알려줄 뿐이다.
며칠이 더 흘렀다.
손바닥의 잉크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지난번에 느꼈던 그 미세한 떨림조차 아주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움직이기를 멈춘 것뿐이었다.
마치 스스로를 숨 죽이며 다음 변화를 기다리는 무언가처럼.
나는 그 감각을 며칠 동안 바라보며 지냈다.
더 이상 나를 서점으로 밀어붙이지도 않았고, 어디로 데려 가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바닥 한가운데에서 잔잔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상한 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잉크가 조용해지자 오히려 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뒤,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골목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끌림은 아니었다.
습관도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 끝나기 직전의 자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가까웠다.
골목 입구에 이르자 공기부터 달라져 있었다.
지난주보다 더 메말랐고, 더 조용했다.
마치 바람조차 이 골목을 지나는 일을 꺼리는 듯했다.
간판의 빛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거의 꺼지기 직전의 호흡과 같았다.
나는 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모습을 드러내 있었다.
지난주까지는 흔적조차 없던 그 자리에 오늘은 문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문 전체는 마치 얇은 껍데기처럼 형태만 유지한 채 그 안이 텅 비어 보였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는 순간, 문은 미세하게 떨리는 듯하더니 곧 단단해졌다.
당겨도, 밀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열릴 수 없는 벽 같았다.
나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손바닥의 잉크가 오랜 침묵 끝에 아주 작은 진동을 보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문장으로 이어질 만큼 크지 않았다.
그저 점 하나가 제자리에서 흔들리는 정도였다.
겨울 길에서 그녀가 말했던 그 한마디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제… 그만해도 돼.”
“나 기다리는 거 말이야.”
그때 나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멀리하려던 것이 아니라, 오래된 습관처럼 서로를 묶어두던 마음의 매듭을 조용히 풀어주려 한다는 것을.
나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그 순간의 침묵은 몰라서가 아니라, 그 말을 받아들이면 내가 버텨온 시간이 한 번에 무너질 것 같아 입술을 열지 못한 침묵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그녀의 그 말이, 이 문이 다시 보이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을.
문 너머에서 온기가 아주 약하게 스쳤다.
에일이었다.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는 오늘, 문턱 아래의 낡은 결처럼 아주 얇은 빛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더 희미해져 있었다.
“이제 그만해도 돼요. 이곳에 들어오는 일도.”
에일의 말은 경고가 아니었다.
그 말투는 내가 계속 이곳을 드나들며 스스로를 다치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를 늘 지켜주려던 그녀의 온기와 같았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문 앞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 한 걸음은 누가 밀어낸 것도, 누가 잡아당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물러난 첫 순간이었다.
물러나는 순간 문이 아주 작게 빛을 잃었다.
마치 누군가의 마지막 숨이 공기 속에 닿은 뒤 사라지는 것처럼.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잉크는 여전히 점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오늘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나는 그 점을 가만히 문질렀다.
번지지 않았다.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무섭지 않았다.
문 앞에서 등을 돌렸다.
골목의 바람은 서점 안보다 조금 따뜻했다.
노을이 지는 것도 아니었고 해가 비추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딘가에서부터 아주 미세한 온기가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에일의 온기도, 서점의 흔적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손에서 내려놓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골목을 벗어나며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