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상처의 상관관계
낡은가죽신발
얼마전 나는 빳빳한 가죽신발을 선물받았다.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그 신발이 신고 싶어진 어느날, 아침부터 산뜻한 발걸음으로 길거리를 사뿐사뿐 걸어다녔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가죽, 빳빳한 그 질감은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얼마안가 빳빳한 그 질감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발에 물집을 남겼고 신고 다니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물집은 터져버려 발을 절뚝거려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신발을 잠시 벗은 그 순간 피가 흥건한 뒷꿈치가 보였다. 밴드로 응급처치를 했다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아팠다 그리고 불편했다.다음날이 되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신발을 신어도 여전히 뒷꿈치가 쓸려 아파왔다. 친구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다.
새 가죽이어서,길들여 지지 않아서
자꾸 쓸려서 그래
친구에게 다른 신발을 신는 것 보다 차라리 또다시 저 신발을 신는것이 덜 아플것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문득 생각없이 내뱉은 저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꺼내어 신은
내 가죽신발 상처가 고통에서 거슬림으로 변하였다. 내 상처가 쓸리는 동안 신발의 부분은 그만큼 유연해졌다.그리고 내 감각도 많이 무뎌졌겠지.
그렇게 내 발과 신발은 서로를 괴롭히며 익숙해져 간다.그대들과 내가 그러했던 것 처럼, 그대들이 누군가와 그리하였던 것 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 상처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우리를 더욱더 부들부들한 가죽으로 만들어 줄것이다. 멋드러진 빈티지 가죽으로
새신발의 쨍한 빛깔은 바래져 가지만 조금씩 낡아가 유연해지겠지
그대와 나도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겠지.
그래서 난 오늘도 그 가죽신발을 신고 길을 걷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그대들을,그대를 향하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