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에게 어떤 것을 안다고 가르쳐줄까?
어떤 것을 알면 그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논어> 중
고등학교 때 짝꿍이 바뀌었을 때 일이다. 이번에 같이 앉게 된 친구는 친해지고 싶었지만 왠지 어려운 아이였다. 같이 자리에 앉게 되었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만화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제목만 알고 있던 책에 대해 '그 만화 아느냐고' 해서 안다고 했다. 그 만화를 즐겨 보던 친구는 그 책을 아는 팬을 만나 신나서 이야기했고 나는 적절히 반응을 했다. 그러다 이야기한 상황이 웃긴 건지 아닌 건지 모를 때가 왔고, 나는 웃는 것도 아니고 안 웃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다. 친구는 말했다. "너 이 만화 모르지?"
무안함, 부끄러움, 난처함, 어색함 등의 감정이 확 올라왔다. 이쯤 되어 더 속일 수 없었다. "응..", "왜 안다고 했어~ 아는 줄 알고 이야기한 건데" 하고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자리는 하루 만에 바뀌었지만 그때 있던 일은 내게 큰 흔적을 남겼다.
아는 것을 모르는 것을 구별할 측정력의 필요
처음 논어의 이 구절을 만났을 때, 이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게 진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진짜 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지를 아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게 어떤 건지를 아는 것. 쉽게 말해 <드래곤볼>에 있는 스카우터로 자신의 전투력을 측정하여 자기 전투력을 아는 것이다.
최근 교육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다. '메타 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아는 능력. 이 능력의 발현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아는 데에서 온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아는 것을 쓸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아 배우려는 능력까지.
내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용기
정말로 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메타 인지는 아는 것을 활용하고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능력까지. 그리고 그러려면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고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했다. 우리는 모른다고 하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내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용기'가 없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모른다고 말하면 대화가 안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도리어 그 거짓말이 대화를 끊어지게 했다. 모른다고 하고 서로 아는 만화를 찾았으면 대화가 잘 이어졌을지 모른다. 살면서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여 일이 꼬이게 되는 것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솔직해지자. 단호하게 규정하자. 이건 안다, 저건 모른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은 꺼내는 연습을 하자.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