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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Jan 03. 2016

여유를 누리는 실력

최근에 5일 정도 쭉 쉴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을 기다리면서 많이 기대했다. 푹 쉬고 재정비하면서 무언갈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쉬지 못했다. 분명 쉬긴 했지만 쉰 게 아니게 됐다. 그런 희한한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를 누리는 것'도 실력이란 생각을 했다. 쉬는 것도 쉴 줄 알아야 하더라.


쉼은 정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진하며 나아가기 위함이다. 

이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쉬기로 하니깐 정지하게 되더라. 그냥 주어진 시간을 낭비했다. 다  흘려보냈다. 겉으로 보면 쉬긴 했지만 실은 낭비한 것이다. 왜 낭비했다고 생각했을까?


쉰다고 하면서 늘어지게 있었다. 늘어질 수도 있지만 그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인터넷 서핑을 했다. 밤새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보를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거기에 브런치와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면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뜨면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또 보면서 이곳저곳 뒤적거린다. 괜히 투데이를 신경 쓰고, 다른 글의 댓글들을 본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 못한다. 놔도 잠시, 다시 잡아서 확인을 반복해서 했다.


온라인의 노예가 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외부 자극에 굉장히 종속되었다는 걸 알았다. 정말로 쉰다면 그것에서 자유로워야 했다. 내가 생각할 것을 하고, 잠시 차분히 생각과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다. 가치 있게 써야 했다. 핸드폰을 본 시간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무가치한 시간이었다.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것들을  계속한 것이다.


쉬는 건 더 나아가기 위함이다. 제대로 나아가려고 쉰다. 생산성을 위함이다. 쉰다는 건 멈추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생산적이다.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생각이 정립된다. 우리 대부분의 일은 뚜렷한 생각, 명확한 할 일이 있으면 금방 정리된다. 막연하고 불명확한 상황일 때 헤매고, 시간을 쓰고, 힘을 쓰는 것이다.


5일 동안 쉼을 갖고, 제대로 못 쉬니 오히려 깨달은 게 있다. 특별한 쉼의 시간이 무지 많지 않아도 된다. 주어진 쉼의 시간을 쓸 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만 먼저 '잘' 써도 의외로 충분히 쉴 수 있다. SNS에서 보내는 시간, 핸드폰을 붙잡는 시간은 쉬는 것 같지만 눈과 뇌를 혹사한다. 지속적으로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이기에 쉰다고 보기 어렵다. 


여유를 누린다는 건 온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을 만지며 보고 느끼는 것. 외부의 강렬한 자극이 아닌 내부의 고요함을 누리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면 대개 사색의 시간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진다는 말이다. '깊이' 생각하려면 내 안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고요히 침전되어야 한다. 외부 자극이 생기면 계속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여유를 위한 시간을 갖자. 외부 자극에서 완전히 떨어진 시간을 갖자. 5분이든 10분이든. 나랑만 있는 시간을 갖자. 내 생각이 지금 무언지, 내 감정이 지금 어떤지를 돌아보자. 속 이야기는 시끄러울 때 하지 않는다. 조용할 때 한다. 


여유를 누리는 실력의 첫 단계는 어렵지 않다. 완전히 온라인을 '오프'하는 것. 그때의 지루함, 심심함 심지어 초조함까지도 익숙해져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 조금씩 차분해지면 그때 비로소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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