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5월이었다. <하루 100쪽 읽기 습관에 빠지다> 란 책을 읽은 후 100일 동안 매일 100쪽 이상씩 읽었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읽고 나니 뇌가 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에 정보가 넘실대는 느낌이랄까. 그 기분이 좋아서 한 번 더 100일 동안 진행했다. 대개 100일간 15,000쪽을 읽는다. 그 정도 속도로 읽으면 일 년에 120권 정도 읽게 된다. 속독하거나 대충 읽는 게 아니라 정독해도. 물론 어려운 책은 속도가 덜 난다. 그래서 쉬운 책도 같이 읽어 어떻게든 100쪽을 채워 읽는 방식이다.
다독, 여러 권을 많이 읽다
1년에 100권 정도 읽는다면 책 좀 읽는다는 소리를 들을 양이다. 그렇게 계속 읽었다. 2년 정도 읽었을까. 이런 지경까지 왔다. 읽는 속도에 비해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했다. 읽는 양이 너무 많아졌고 정리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읽은 양에 비해 남는 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읽고 내게 남길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 물론 모든 책은 읽으면 어떤 식으로든 남는다. 여기서 남는다란 말은 언젠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하나는 서평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꽤 어려운 일임을 알았다. 읽었는데도 전체 내용을 조망하고 비평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독후감은 느낌을 그냥 풀면 되기에 그런대로 수월하지만 서평은 책에 있는 내용을 꺼낼 수 있어야 했기에 어려웠다. 이 방법은 꼭 하려 하지만 서두를 수 없어서 천천히 하는 중이다.
다독, 한 권을 많이 읽다
그래서 겸행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독하는 것이다. 전에는 많은 책을 읽는 다독이었다면 이번엔 한 책을 많이 읽는 다독이다. 최근에 여러 번 읽은 책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카루스 이야기>,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등이 있다. 방법은 이렇다. 처음에 쭉 읽고 두 번째에 밑줄 치며 읽고 세 번째엔 밑줄마다 코멘트를 쓰고 네 번째엔 밑줄 친 내용과 코멘트 단 내용을 인터넷에 갈무리하며 읽는다. 다섯 번째엔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릴 수 있게 다시 가공하기 위해 갈무리한 내용을 읽는다. 물론 이 작업을 해도 서평 쓸 때 필요한 전체 조망은 쉽지 않았다. 그건 그렇게 출력하는 법을 훈련해야 익숙해질 것 같다. 다만 여러 번 읽으면서 내게 흡수되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할 때도 책에 있는 내용이 생각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 나와 사고를 돕는 느낌이 있다.
이 방법은 철저히 좋은 책을 위한 방법이다. 그렇기에 초벌에 안 좋거나 여러 번 읽기에 안 맞는 책은 바로 제치게 된다. 아쉽게도 내겐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그랬다. 지금 다시 읽기로 생각해본 책은 <미움 받을 용기>이다. 이 책도 차근히 읽으며 정리하다 보면 무언가 의미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다독다독, 맛집 탐방과 맛집 깨기
초벌 할 책들을 훑고 다시 볼 책은 다시 꾸준히 보는 독서법을 몸에 새기는 중이다. 다독하고 다독하는 독서법. 좀 더 세밀하게 보면 전자는 전국 맛집 투어를 하며 다시 갈 곳과 아닐 곳을 찾는 것과 같고 후자는 찾아낸 맛집에 자주 방문해 그 집에 음식 전부를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이다. 이는 그 맛집의 비결을 파악하러 가는 소위 맛집 깨기와 같다. 많은 음식을 먹고 한 음식을 여러 번 깊게 먹으니 흡수력이 좋아진단 생각을 한다.
독서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다독하고 다독하는 다독다독한 방법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꾸준한 책 읽기는 읽으면서 오는 정보를 말 그대로 내게 다독다독할 것이다. 다독다독의 뜻이 흩어지기 쉬운 물건을 모아 자꾸 가볍게 두드려 누르는 모양이라 한다. 안 봤으면 없을 지식들을 다양한 경험으로 모으고, 그리고 그냥 두면 흩어질 지식들을 여러 번 내게 가볍게 여러 번 두드림으로 내 것이 되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명작 한 권을 읽어 내게 남길 수 있다면 독서가로서 참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블로그에서지만 블로그 작가로서도 좋은 일일 테고. 열심히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