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이유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저 중
버리자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 가치가 있다는 말. 요새 나의 하루하루가 그랬다. 입사 후 정신없이 출근하고 근무하고 퇴근하면 곧 자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알차게 산 것 같은데 찜찜한 마음이 있다. 그 시간을 누렸다기보단 그냥 보내졌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보내지다 보면 그냥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이 주는 낭비의 압박과 흘러가기만 하는 권태로움이 찜찜함을 주었고 찜찜함이 쌓여 찝찝해졌다. 얼른 이 기분이 들게 된 원인을 찾고자 하루를 천천히 살폈다. 나는 흘러가는 하루 위 나룻배 안에 누워 그저 떠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잘살기 위해 살아가는 내 삶인데, 어느새 내 삶에 나조차 주목하지 않게 된다. 나는 내 의무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만 가치를 느끼고 무미한 하루를 버텨내는 나의 일상엔 가치를 못 느끼게 됐다.
이 책은 시간 관리에 관한 실용서가 아니었지만, 이 문장을 읽은 후로 시간에 주목하게 됐다. 자리에서 일어나 흘러가는 하루를 눈에 한 번 담아보았다. 아직 잘 안 보이지만 기대 되는, 갈만한 곳들이 제법 있었다. 이왕 흘러가는 동안 내가 가고픈 대로 가고 싶었다. 흘러가는 시간에 거슬러 올라갈 수 없지만 내가 노를 저어 가기로 했다. 시간을 꼼꼼히, 곰곰이 써'보려' 했다. 꾹꾹 눌러쓰듯 시간도 가능한 한 진하게 써'보려' 했다. '효율'에만 관한 말이 아니다. 내가 내 하루를 주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자 내 하루의 가치는 내 생각보다 많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잠에서 일어나 씻고 일하고 밥 먹고 쉬며 다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는 시간까지. 그 시간을 주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졌다. 하루가 그러하면 삶 전체도 그럴지 모른다.
책을 읽어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책을 읽을 가치가 있겠다. 책이 아니라도 무언갈 통해서 그 가치를 알 수 있다면 무언가를 할 만하겠다. 그래서 책을 읽나 보다. 누군가 발견한 가치, 그 가치를 발견하게 한 시선으로 나도 보고 누리고 싶어서. 그래서 글을 쓰나 보다. 내가 본 것들을 나누고 나누면서 더 진하게 남기고 싶어서. 내가 먹자니 뭐하고 남을 주자니 아깝다는 계륵의 반대 의미가 떠오른다. 내가 먹기도 좋고 남을 주기도 아깝지 않은 무언가가 책을 읽고 쓰는 글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꽃이라고 보지 않고 풀로 본 채 베어버리는 것들을 다시금 꽃이라고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박웅현 씨가 하려는 역할을 나 또한 하고 싶다. 그는 역할의 소임을 잘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천천히 그의 글을 읽고, 그가 알려준 것처럼 다른 글도 천천히 읽어내며 소중한 꽃들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다. 책에서든 삶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