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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31. 2018

생애 첫 PT 후기

뉴비가 깨달은 PT의 장점 혹은 필요성 2가지

나는 헬스장 프로 기부러였다. 헬스장은 20살 넘어서 처음 갔다. 대학교 피트니스 센터 등록을 했다. 2월 말 추운 겨울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새벽부터 패딩과 수면 바지를 입고 줄 서서 등록했었다. 학교에서 하면 가깝고 싸니깐. 

이랬던 곳이

3월 둘째 주까진 퇴근길 2호선처럼 사람이 가득했다. 기구 한 번 이용하면 그날은 끝이었다. 인기 있는 기구의 경우 티익스프레스를 두 번 탈 각오를 하듯 기다려야 했다. 셋째 주쯤 되자 그 많던 사람들이 안 보였다. 대부분 1학기를 끊었는데. 나도 4월 이후론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이렇게 되기까진 3주면 충분했다

그 후에도 집에서 7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에 1년 끊었다가 2번 정도 가기도 했고,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스포츠 센터에 6개월을 끊었다가 그것도 2번 정도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에 그 횟수면 그냥 PT를 받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첫 직장을 다닐 때 1개월을 끊었다. 퇴근 후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였다. 6개월에 35만 원 정도였는데, 1개월은 10만 원 받더라. 데이터 중심적 사고를 통해 1개월만 시험해보기로 했다. 퇴근 후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였다. 1번 갔다. 그 후엔 너무 지쳐서 가지 못 했다. 헬스장에 가면 저녁을 안 먹어도 9시여서 도무지 의욕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올해가 됐고, 절차부심해서 최근에 3개월을 끊었다. 


첫 1개월은 매일 아침에 가서 30분씩 뛰었다. 차차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지더니 2개월째가 되자 1주일에 3번에서 1번으로 줄어들었다. 슬슬 지난 데이터의 악몽이 찾아왔다. 3개월은 단가로 보면 1개월 보단 싸지만 6개월보단 비쌌다. 그런데 1개월 했을 때 없던 혜택이 있었다. PT 2번! 


등록 후 2일 내로 연락 주신다고 했던 분은 2주일이 지나서 연락이 왔다. 되는 시간을 보내주셨는데 맞는 시간이 없었다. 2주 후에 연락하자고 한 뒤 3주가 지났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 다시 시간을 잡아서 드디어 오늘 만났다. 퇴근 후 시간이 빠듯해서 집에 가서 저녁을 후다닥 먹고 갔다. 


이렇게 인자했던 선생님이...

왜 운동을 하는지, 전체적인 신체 관련 정보 등을 물었다. 인바디를 쟀다. 많이 뺐는데, 또 많이 빼야 한단다. 한 번 빼봤으니, 빼는 건 그냥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매일 운동해야 한다고 한다. 1시간 30분씩. 아침 20분 뛰는 것도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그렇게 할까... 하면서 운동 플랜을 짰다.



버피 운동 : 버텨봐야 피토한다를 의미한다(아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체력과 등 운동을 했다. 처음이니깐 짧게 한다고 했다. 타바타 운동이란 걸 했다. 원래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팔 벌려 뛰기와 버피, 팔 굽혀 펴기로 구성된 코스였다. 30,30,15개가 1세트였다. 


팔 벌려 뛰기를 혼자 하는 데 웃음이 나왔다. 이 운동을 마지막으로 했던 훈련소 생각도 났다. 강제로 끌려가서 했던 운동을 돈 내고하는구나 싶었다. 웃음은 버피에서 사라졌다. 팔 굽혀 펴기까지 마칠 때 5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20분 뛸 때 보다 땀이 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선생님 : 한 번 더!!!!!! (이렇게 느껴지기까지는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잠깐 쉬라고 해서 쉬려고 하니 시작하자고 한다. 다시 2세트를 시작했다. 이때 깨달았다. 'PT는 내 돈 내서 고문받는 거구나.' 홈트레이닝으로 스쿼트를 할 때 50개를 해도 무리없어 오만했던 허벅지가 버피 앞에선 겸손해졌다. 선생님은 잘한다, 잘한다, 2번 더, 1번 더라고 했다. 기본 세트가 넉넉해 보이면 좀 더 시키고, 진동 알람처럼 팔다리가 부르르 떨리면 줄여줬다. 솔직히 마지막 세트 땐 일부러 더 후달리게 떤 것도 있다.  


등 운동까지 마친 뒤, 우리는 다음에 한 번 더 보자며 주먹을 맞댔다. 곧장 내 뒷 순서였던 고문 자원자를 맞이하러 갔다. 나는 10분 정도 걸었다. 한 번 더 저녁 먹고 바로 버피를 했다간, 헬스장에 부침개를 만들 것 같았다.


PT의 장점 혹은 필요성 2가지

씻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왜 사서 이 고ㅁ..고생을 하는 걸까 생각했다. 초심자는 혼자서는 그렇게 운동하지 않으니깐 PT를 받는 건가 싶었다. 혼자 운동할 때는 적당히 힘들면 그냥 그만했다. 근데 쪼렙인 내게 적당히 힘든 건, 체력과 근력을 기른다는 관점에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는 상태였다. 100의 경험치를 얻어야 레벨 1이 레벨 2가 되는 데, 20 정도만 얻고 게임을 리셋하는 거였다. 선생님과 함께라면 나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다. 혼자라면 1세트 하고 말았을 걸 선생님이 '3세트 하시면 되어요^^' 말만해도 최대치에 금방 도달하게 된다.


제대로 된 자세가 뭔지를 알게 됐다. 혼자 헬스장에서 등 운동을 해보기도 했는데, 하고 나서 힘든 적이 별로 없었다. 오늘은 평소 하던 것보다 더 가볍게 했는 데도, 글 쓰는 지금 등이 아프다(내일이 두렵다). 내가 의식해야 하는 자세를 선생님이 알려주니, 효과적으로 운동하는 게 뭔지 알게 됐다. 



최근 직장인의 체력에 관한 다큐를 봤다. 거기서 나온 피톨로지의 아주라 대표(세바시에도 나왔었다, 아래 링크)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운동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 해야 한다는 데, 그때 참가자는 탈진 직전으로 보였다(...). 평일에 스스로 그렇게 운동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어디까지 해야 할지 기준은 조금 잡힌 것 같다.


다음 PT 때까지 틈틈 가서 미리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매일 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참. 매일 조금씩 하는 건 자신 있는데, 매일 빡세게 하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주라 대표의 세바시 강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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