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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영 Oct 30. 2022

풍선
; 부풀어 오르는 동경심

(때로 나를 웃게 하고 불쑥 눈물짓게 하는) 감정의 사물들 Ep.08


동경심 [동:경심] : 어떤 것을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하는 마음




‘동경’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단어의 의미는 둘째 치더라도 ‘동경’을 소리 내어 읽을 때 느껴지는 경쾌함이 좋다. ‘동경’이라고 지금 한번 발음해보라. 마치 어디선가 맑은 풍경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여기에 그 뜻까지 알고 나면 ‘동경’이라는 단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것을 그리워하여 그것만 생각하는 마음. 그런 마음은 자칫 슬퍼질 수도 있는데, ‘동경’한다고 하면 슬프지 않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이 포슬포슬해진다. 마치 온 세상이 파스텔톤으로 물든 느낌이다.


어린이날이었던가. 어린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풍선을 보며 ‘동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색색의 빛깔과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하늘거리는 풍선의 움직임이 ‘동경’을 발음할 때 느껴지는 음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풍선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이유도 무언가를 동경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어쩌면 풍선은 하늘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끈을 쥐고 있는 이가 어서 손을 놓치길 기다려 그토록 빠르게 하늘로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하늘이 그리워 하루 종일 하늘만 생각하고 있는 풍선이라니…… 그 부푼 마음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묶여있는 모든 지상의 풍선들을 풀어 하늘에 가 닿게 해주고 싶다.     


동경하는 마음이 마냥 파스텔톤으로 물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마음도 시커멓거나 시뻘건 색이었을 때가 있었으리라. 동경이 질투의 마음과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잘 알고 있다. 동경과 질투는 그 뿌리가 같다. 


질투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을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바로 그 상태야말로 무언가를 동경하는 이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가닿길 바라는 지점이 아닌가. 동경하는 사람과 질투하는 사람의 분명한 차이는 '마음의 방향'에 있다. 마음의 방향이 위로 향하는가, 아니면 아래로 향하는가. 위로 향하는 마음은 동경이지만 아래로 향하는 마음은 질투이다. 



그런 이유로, 자꾸만 위로 향하려는 풍선의 동선에서 동경을 읽는다. 한때는 풍선도 저 높은 하늘에 질투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더 크게 부풀어 더 높이, 멀리 나는 열기구를 시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은 너무 무거워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게만 할 뿐이다. '동경'이라는 단어처럼 경쾌한 음파를 지니려면 무거운 마음으로는 안된다. 


어른이 되어서는 풍선을 불어본 적이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풍선을 샀던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날아오르는 풍선을 볼 때면 나는 어김없이 설레고 만다. 내 안의 동경심이 하늘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내 마음은 방향은 언제나 위로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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