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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영 Oct 29. 2022

체중계
; 거부할 수 없는 확신감

(때로 나를 웃게 하고 불쑥 눈물짓게 하는) 감정의 사물들 Ep.07


확신감 [확씬감] : 자신의 능력을 굳게 믿는 느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물도 마시기 전에 체중계부터 올라간다. 다이어트를 하면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체중계에 오르기 전, 나는 성적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살짝 긴장한다. 오늘은 또 몸무게가 어떻게 나올지 불안해지는 거다. 잠이 덜 깬 상태임에도 머릿속 회로를 돌려 어제 먹은 음식들을 헤아려 본다. 


어제 야식을 했던가? 탄수화물을 많이 먹진 않았는가?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나? 야식은 먹지 않았지만 저녁 늦게 친구를 만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지. 정제 탄수화물로 만든 빵도 많이 먹었고.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도 여러 개 집어먹은 것 같은데…… 이 모든 게 체중계에 오르기 전,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의식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늘 내 몸무게에 대해 확신이 없다.


체중계에 오르는 일이 마치 체중계와 벌이는 한판 승부 같다. 예상했겠지만 그 승부에서 승자는 늘 체중계다. 체중계는 거부할 수 없는 확신감으로 나의 현재 몸무게를 오차 없이, 가감 없이 밝혀내고야 만다. 확신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체중계의 자기 확신은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어쩜 그리 정확하고 똑 떨어질까. 자기 확신이 지나친 사람을 보면 정이 안 가는데, 체중계가 딱 그렇다.


체중계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내가 먼저 확신감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확신감이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일단, 싸움의 패자로서 나의 실패 요인부터 제대로 들여다보자. 


나는 내가 원하는 몸무게를 확실히 알고 있다. 어제 먹은 음식과 운동량을 고려할 때, 오늘 아침 체중계에 그 숫자가 뜨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내가 바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확신감이 없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문제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을 바라는 데 있다. 전날 분명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몸무게가 오늘 아침 체중계에 찍히는 것을 보고 싶은 거다. 


확신이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에 의하거나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당당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몸무게에 대한 내 허황된 바람은 확신감이란 기준에서 자격 미달이다. 그러니 그 누구의 몸무게도 조작할 마음이 전혀 없는 체중계의 당당한 확신감에 늘 지고 마는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매사 확신감이 많지 않은 쪽에 속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에 꽤나 망설이고, 내 어쭙잖은 확신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봐 걱정하곤 한다. 그러니 멈추지 못하고 흔들리는 저울 바늘처럼 마음은 늘 불안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굳게 믿는 확신감이란 아주 단순한 마음에서 생겨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이 당당함을 만들고, 또다시 그 마음이 확신감을 만들고…… 그렇게 점점 자신의 능력을 믿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겠지.


체중계와의 매일 아침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해져야겠다. 원하는 몸무게를 향해 매일매일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고 확신감으로 체중계 위에 오르는 날을 기대해본다. 기다려! 체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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