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맛있어져라

by 조혜영


마음 같지 않게 삶이 저 혼자 달아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치 말을 듣지 않는 말(馬)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전사가 된 기분이다. 여기저기서 총알은 날아오는데, 내가 탄 말이 나를 그 총알 속으로 데려간다. 말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이미 늦었다. 그럴 땐 그저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하늘에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을 것만 같다.


내게 마법 지팡이가 있다면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요술램프가 있다면 잠자고 있던 ‘지니’를 깨워 소원을 들어달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잠시 동화 같은 상상에 빠져있는 동안 어디선가 들었던 마법의 주문들이 떠올랐다.


‘코피 루왁’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반짝반짝’

‘추파르~~’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 사치에는 전 카페 주인으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주문을 배운다. 바로 '코피 루왁'. 커피 드립퍼 속 원두 입자를 손으로 만지며 '코피 루왁'이라 속삭이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사치에는 커피를 내릴 때마다 '코피 루왁' 주문을 걸고, 정말 그 주문 때문인지 손님들은 사치에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며 찬사를 보낸다.


영화 <카모메 식당> - 출처 네이버 영화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마치 세상 끝 바다와 맞닿은 카페를 연상시키는 그곳엔 찻집 주인 에쓰코 할머니가 산다. 에쓰코도 커피를 내리며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왼다. 손님들은 신비로울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그녀가 선곡해준 음악에 위로받는다.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작가가 일본 치바 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소설을 썼다고 하니, 에쓰코 할머니의 주문은 단지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지 모른다.


소설 <츠바키 문구점>에서는 주인공 포포의 옆집에 살고 있는 바바라 부인이 주문을 알려준다. 자신이 줄곧 외워온 행복해지는 주문이란다.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 하늘이 펼쳐져...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 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예담, p.156~157


마지막으로 '추파르~~'. 내가 좋아하는 한 배우의 주문이다. 주눅 들지 않고 기적을 부르는 주문. 10년 전쯤인가, 그녀의 에세이집을 읽고 나서 한동안 되뇌었던 주문이었다.



장난 같지만, 이런 주문들은 정말로 효력이 있다. 바바라 부인의 말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에 어둠이 들어앉을 때 이들의 주문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편안해진 것을 확인하고 놀랄 때가 많다. 어쩌면런 변화는 주문 자체가 아니라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들을 닮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프랑스 심리치료사 에밀 쿠에는 <자기 암시>라는 책에서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상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알려주는 주문은 이렇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잠들기 전, 이 말을 스무 번씩 되뇌면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귀가 얇은 나는 이내 에밀 쿠에의 주문을 따라 해 본다. 진짜로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질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손해 볼 건 없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


삶이 나를 버린 채 멀리 달아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주문이 필요한 시간이다.

울퉁불퉁한 마음으로 42년을 살았다는 친구는 요즘 '마음아, 예뻐져라' 주문을 건단다.

반짝반짝, 맛있어져라, 예뻐져라, 행복해져라~ 추파르~

내가 아는 모든 주문을 당신에게 보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든 것을 집어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