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스티브 잡스(1955~2011)
미세먼지가 도심을 가득 채웠던 평일 저녁, 한 종편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뇌를 바꾸는 8주 마음챙김’ 강의에 취재를 다녀왔다. 강의실 입구에 도착하니 벽에 붙어있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인도에서 명상을 배운 뒤 평생 명상을 실천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강의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수강생들이 도착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 많다고 했다. 그들은 왜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예전에는 명상이 스님들이나 불교 수행자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절의 담장을 넘어 현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확실히 몇 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명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TV를 시청하다 보면, 평소에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도 자주 듣게 된다. 요즘 10대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래퍼들 사이에서도 명상이 인기다. '명상 래퍼' 김하온이 출연했던 <고등 래퍼 2>를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명상이 무엇인지' 묻는 또래 친구들에게 김하온은 말했다.
"명상을 하면 순수한 선에 맞춰져 아주 조그마한 것에서도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방법으로 자신의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만약 정말 화가 났다거나 당황스럽고 우울할 때 잠깐 멈춰서 자신을 바라보는 거다. 허물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왜 그런 건지 천천히 지켜보다 보면 그게 언젠가 사라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김하온의 말대로라면 명상이 또 하나의 '소확행'이 될 수 있겠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김하온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취미는 명상이다. 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데, 그런 것들이 몸에 쌓이다 보면 직관적인 느낌이 무뎌진다. 이때 명상을 하면 사람이 좀 더 직관적이게 되고, 찾아오는 영감을 쉽게 잡아챌 수 있다."
명상이 창의성이나 직관력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김하온을 통해 실감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만성통증 같은 육체적 고통까지 명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선 명상치료가 다양한 정신치료 분야에서 의료보험 지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과학’이 큰 몫을 했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명상이 우리의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면 우리 뇌의 좌측 전전두엽이 발달되게 되는데 이곳은 낙천적이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뇌, 다시 말해 행복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명상을 통해 ‘행복한 뇌’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리차드 데이비슨 박사와 존 카밧진 교수의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전문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8주간의 명상수련을 통해 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8주’라는 명확한 수치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생명공학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에 3시간씩 8주간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을 수련하게 한 결과 우측 전전두피질이 우세하던 뇌가 좌측 전전두피질이 우세한 뇌로 바뀌었다. 더불어 불안하고 우울했던 감정 상태가 낙천성과 활력감, 작업 참여에 보다 적극적인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주에 3시간이라고 해서 한두 번에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8주간 하루에 40분, 최소 20분 이상씩 매일 명상을 해야 뇌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처럼 명상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단 얘기다.
2018년 10월 조선일보 기사에는 ‘첨단의 메카 실리콘밸리, 명상에 흠뻑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 명상 열풍과 명상 산업 규모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GE 리서치에 의하면 2017년 미국의 명상 산업 규모는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명상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넘어 인류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종교를 넘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명상을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개인 한 명 한 명이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질 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명상 권하는 사회가 되길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