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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영 Jul 06. 2019

사람 정우성, 당신을 응원합니다.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written by 정우성

배우 정우성이 책을 냈다. 


정우성이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처음 낸 책이다. 하지만 그 책은 연예인의 화려한 화보집도, 성공담이 담긴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책은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하며 만난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몇 년 전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정우성이 전 세계 난민들을 만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터라 그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내용이 궁금해졌다. 작년 봄 제주에 도착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을 수용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을 때 나는 선뜻 어느 편에서도 설 수 없었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쪽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우성의 책을 통해 난민 문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었다. 딱히 정우성의 팬은 아니었다. 배우 정우성이 아닌 '사람 정우성'에게 신뢰가 갔다. 주관적으로 느낀 인상일지라도, 정우성이라면 자신의 명예나 어떤 이득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대중을 이용할 것 같진 않았다.


(사진. 유엔난민기구)


난민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정우성은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온전히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오던 중 2014년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되어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15년 6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되었으며, 매년 한 차례 이상 난민캠프를 방문해 전 세계 난민들을 만나고 있다.

(난민캠프를 방문할 때 정우성은 항공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를 직접 부담한다고 한다. 유엔난민기구 예산은 한 푼이라도 더 난민 지원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자신의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 '분쟁 혹은 일반화된 폭력 사태로 인해 고국을 떠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정우성이 난민캠프에서 만난 난민들은 대부분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조들, 6.25 전쟁 때 집을 떠날 수밖에 없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역시 난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난민'이 가깝게 느껴졌다. 당시 우리를 도왔던 국제 사회의 손길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불법 체류자와도 같은 난민들의 신분을 보증하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것, 그것이 유엔난민기구가 하는 일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정부가 없는 이들을 위한 임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도 불우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 사람을 돕느냐?"는 질문에 정우성은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힘들게 살고 계신 분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그런 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다만 여유가 된다면 눈을 들어 더 먼 곳을 바라보자고 이야기하는 것뿐이라고.



덕분에 당신이 본 것을 나도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간의 사정이나 이유를 묻지 않고 당장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유엔난민기구를 비롯한 인도주의 구호 기구들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의 활동이 없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욱 큰 비극들로 가득 찼을 것이다.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정우성, 원더박스, p.139


정우성은 전 세계 난민캠프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출판사에 지인이 있어 물어보니 대필 없이 정우성이 직접 쓴 것이라고 한다). 난민들과 함께 느낀 절망과 희망, 눈물과 웃음, 난민들에게서 배운 그의 작은 깨달음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들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돕는 것은 한 젊은 영혼이 꿈을 성취하는 과정이고, 또 그를 통해 한 국가가 무너지지 않고 재건되는 과정임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p.94 


무엇보다 내가 정우성에게 설득된 지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가 외치지 않고,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듯 조곤조곤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논란을 일으켜 크게 이슈화시키기 보단 진심이 전달될 수 있음을 믿으며 낮은 목소리로 묵묵히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정우성의 책은 배우로서 그의 인지도를 생각할 때 크게 주목받진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그의 글을 읽으며 난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도 적진 않을 것 같다. 그의 글이 조용히 내게 스며들었듯이 말이다(책의 인세는 모두 난민을 위해 쓰일 예정이란다).  


또한 정우성은 배우가 되기 전, 가난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가난이라는 환경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도 흥미를 둘 수도 없던 상황에서 어쩌다 가져 본 배우의 꿈. 하지만 내게 그 꿈은 얼마나 절박했던가. 비루하기만 한 내 삶을 바꿔 줄 한 줄기 희망이었을 나의 꿈. 이 아이들에게 공부란, 내가 가졌던 배우에 대한 막연한 열망보다 훨씬 절박하고 강렬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난민 어린이들이 어떠한 가능성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에게 미래의 삶을 위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비단 이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그 아이가 우리 인류에게 어떠한 선물을 선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확신한다.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p.83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정우성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을 즐겨 듣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그 노래가 한낱 몽상가의 꿈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난민들의 모습에서, 그런 난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유엔난민기구 직원들의 모습에서, 난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고 결국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며 후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꿈이 아닌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존 레논의 '이매진'은 나 역시 좋아해 즐겨 듣는 곡이었기에 그의 말이 더 깊이 와닿았다. 

 

상상한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는, 보다 나은 세상을... 
by 정우성


나는 배우 정우성이기에 앞서 '사람 정우성'으로서 그를 지지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의 바람을 위해 작은 마음을 보태고 싶다. 그의 꿈이 곧 나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그가 보고 느낀 난민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싶다. 그의 노력과 헌신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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