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4)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린 선택에 대한 기록

by 출항일지

어느새 마지막 날은 다가오고 있었고, 기쁨과 함께 이 여정이 끝나고 있다는 아쉬움도 자연스럽게 밀려왔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사실은 늘 아쉽지만, 이번에는 그 아쉬움의 결이 조금 달랐다.

어머니와 함께 걷던 시간이 이제는 끝나간다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운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과연 그 순간에 눈물이 날지 조금은 궁금했다.

마지막 날인 33일 차, 드디어 산티아고 시내에 들어섰고 멀리서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이는 순간, 어머니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다만 그 순간, 힘들었지만 결국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드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내 눈가도 조용히 젖어들었다.


나는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은 하지 않으려 한다.

돌이켜보면 31년을 살면서 내가 한 선택을 두고 후회를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대단한 인생을 살았던 것도 아니고, 항상 옳은 선택만 해왔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확신이 없는 선택들이 더 많았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에게 더 중요한 건 옳은 선택을 하는 것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내가 후회 없는 삶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자신이 있었다.

후회 없는 인생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달라져도 과거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삶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결심한 이유도 결국 그 기준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 소원을 외면한다면 내가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여행은 어떻게 보면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 아닌, 나를 위한 여행이기도 했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이후에도 어머니는 종종 그때 이야기를 꺼내신다. 여전히 눈물을 보이실 때도 있다.

내가 섭섭하게 했던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완벽한 여행 파트너는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힘들었던 장면보다 행복한 장면을 더 많이 가져오신 어머니가 고마웠다.

그 덕분에 내가 내렸던 선택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갑작스럽게 팔을 다치신 어머니를 보며 여행을 취소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주변에서도 만류가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언제 이런 타이밍이 다시 올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팔이 다쳐 자유를 빼앗긴 어머니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회복만을 기다리기보다 오히려 떠나는 것만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후회할 것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그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과거의 나를 쉽게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선택이

그 시점의 나에게는 최선이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후회는 결과가 나빠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선택 당시의 자신을 부정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은 하되, 과거의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미래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나와 그 당시의 나는 다르니까.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신하게 해 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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