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이 나의 마지막 출근일이었으니, 오늘로 퇴사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언제 들어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퇴직금도 오늘에야 지급되었다. 나는 그간의 혼란기를 거치고, 이제야 무직 신분에 익숙해진 것 같다. 익숙해진 만큼 실컷 게으르게 보낸 하루였다.
누군가 "퇴사하고 어떻게 지내?" 혹은 "오늘은 뭐 할 거야?" 라고 물으면 크게 할 말이 없어졌다. 아르바이트도 시도해 보고 이곳저곳 쏘다니려 했던 초반에는 어느 정도 할 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질문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호캉스를 가더라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짠다는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헐렁한 대답 같은 건 용인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미리 그럴싸한 대답을 만들어 놔야 하나 싶던 중, 자주 보던 인스타툰 작가님으로부터 아주 알맞은 대답을 찾았다.
작가님에게는 근황을 물어보면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언니가 있었다 한다.
- 언니 요즘 뭐 해?
- 나 요즘 교정하잖앙 이거 봐
- 아 그렇구나... 그러고 또 뭐?
- 쿠키런도 해. 너도 혹시 쿠키런 해?
작가님은 그때 언니가 왜 그러나 싶었는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사람이 되어 보니 누가 근황을 물으면 요즘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 어 나 요즘 뚱뚱해~
이 얼마나 지당한 대답이란 말인가. 오늘 내가 한 일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일도 부대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와 떡갈비를 구워서 애인과 나눠 먹은 일이다. 고로, 그냥 뚱뚱한 하루를 보냈다. 이것만으로 얼마나 충분한 하루인지, 퇴사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