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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Jun 17. 2020

체이싱 트레인: 존 콜트레인 다큐멘터리

#반페이지 리뷰_체이싱 트레인

<체이싱 트레인: 존 콜트레인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캡처)


더운 날, 추운 날,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어떤 최악의 날도 팬심을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비지정석인 축제나 콘서트장 앞에는 아티스트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기위한 ’ 1열 사수’를 위해 이 극한의 환경도 마다하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진을 치는 열성 팬들이 있다. ‘누군가를 이토록 뜨겁게 사랑해본 적이 있는 가’ 하고 스스로 반성해 본다. 영웅은 전설이 되어 그 이야기가 세대를 이어 전해 지듯, 시대를 풍미하는 작가, 뮤지션, 화가, 조각가, 건축가, 사진가, 문호, 영화감독 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회자되면 좋겠다. 그들이 누구를 사랑했고, 어떤 시대 속에서 살아갔는지, 그의 예술이 시대와 어떤 호흡을 나눴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평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https://youtu.be/dsL7mWD-ksg

Chasing Trane 트레일러 (유튜브, JIFF채널)

창조적인 삶을 살아간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소설로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져서 재조명되고 사랑받아 하나의 ‘문화 코드’처럼 자리 잡는 다면,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좋은 창작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생각하면 거창하지만 ‘인류애’ 같은 것을 느낀다.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작품을 오래도록 시간을 두고 여러 방면에서 감상할 기회가 많아지면 보다 심장에 깊이 남는 작품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 <체이싱 트레인: 존 콜트레인 다큐멘터리>를 보며 든 생각이다.  


이 영상의 표현 방식은 예술적이다. 덴젤 워싱턴의 ‘존 콜트레인’ 시점에서의 내레이션은 그의 따뜻한 성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깊은 몰입감을 주었다. 당시의 흑백의 사진들과 무대 영상도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중간중간 인터뷰에 기초한 장면들이 벽화가 그려지는 듯한 아트웍으로 채워진 부분은 인상적이다. 사료가 부족한 부분은 콜트레인과 관계를 맺은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서 생생하게 되살렸고, 그들의 목소리가 서사를 이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시대와 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의 자녀가 그들의 삶을 돌아보며 ‘아버지’로서의 콜트레인, 엄마의 남편으로서의 콜트레인을 조명한다. 당대의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 평가하는 콜트레인의 모습과 평론가들도 등장해서 다채로운 방면으로 그의 삶을 조명한다. 그가 스파르타 식의 연습 ‘광’이었다는 사실과 해군 군악대 시절 발매한 첫 앨범에서 그의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것, 당대의 유명 클럽, 마일즈 데이비스와의 밴드 생활, 찰리 파커를 존경하고, 몽크를 스승으로 사사하던 시절, 아인슈타인을 존경하고, 음악과 종교, 수학과 과학의 영적인 연결에 깊이 매료되어있었다는 점, 후배 뮤지션들로서 락밴드 도어즈의 드러머 존 덴스모어, 재즈 섹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이 그에 대한 존경과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감상의 깊이를 넓힌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쉽지만, 그의 삶을 통해 돌아보면 ‘내면의 진실함’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서 조금 더 그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재즈라는 장르가 ‘음악’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 속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만든 여러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콜트레인은 ‘소울풀’이라는 재즈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가볍게 나누는 반페이지 리뷰> 시리즈

책, 전시, 공연, 음악, 음반에 대한 반 페이지 리뷰입니다.

‘일상’을 ‘한 단계 높여주는’ 문화 이야기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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