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인스타그램을 깨우며, @poemintheforest
여름부터, 계정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 원치 않은 여유로움으로 불안했던 마음을 달래려 내린 결정들이, 필요한 시간마저 앗아갔거든요. 7월 말부터 쏟아지는 일 때문에 주변을 돌보기는커녕 글을 쓸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어요. 맡게 된 일을 잘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후순위로 밀어내고,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극한으로 잠을 줄여가며 지내다 보니, ‘과로’로 중병을 얻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이러면 절대 안 되는데’ 싶은 슬픈 일이 찾아왔어요… 9월 28일, 사랑하는 아빠가 급한 발걸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가셨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신호도 주지 않고 말이에요. 그로부터 4주가 흘렀어요. 빨리 흘렀는지, 느리게 흘렀는지 감각조차 무뎌진 듯합니다. 부모님을 보내며, 자식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몇 가지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49재를 지내는 일입니다. 정성을 다한다고 하지만, 사실 토요일마다 서울에서 정읍의 어느 절에 가는 것 말고는 없어요. 효도는 참, 뒤돌아보면 늘 하찮습니다.
삼일장을 치르고, 삼우제까지 마치고 나니 바로 긴 연휴였어요. 시댁 식구들 품에서 시끌벅적 지내느라 외롭지 않았고, 덕분에 눈물도 아껴서 흘려야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마 연휴 없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다면, 너무도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긴 연휴가 지나니 밀린 일들이 마치 이자까지 야무지게 챙겨 독촉하듯 한꺼번에 찾아왔어요. 애도의 시간도, 사색의 시간도, 독서의 시간도, 글 쓸 시간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괴로웠어요. 그러나 그렇게 억지로 세상으로 나오니, 좀 더 힘 있게 애도하고 싶어졌어요. 사람은 참 신기하죠. 그래서, 글을 썼어요.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샀어요. 밀린 업무만 생각하면, 저는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나의 글도 쓰지 않은 채, 주어진 대본만 쓰고, 스프레드시트만 들여다봐야 해요. 그런데 일과 별개로 저는 양질의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저 자신을 돌보는 데에도 소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렇게 브런치에 하나둘 다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어제는 현실에 반항하듯 푹 잤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주말이었지만, 일만 하다가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아침,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외출하고, 평온한 점심식사를 하고, 낮에는 아이와 놀이터에도 함께 갔죠.
방치되었던 ‘풀 그리고 숲’ 계정은, 몇 달 동안 잡초가 무성해졌어요. 그러나 그 잡초 사이에 작은 길이 생겨난 것을 저는 느낍니다. 제 손길이 닿지 않아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간 속에서도 간간이 방문해 좋아요를 눌러주고, 팔로우를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아직 자그마한 계정이지만, 저에게는 분명 존재감이 커요. 오늘부터는 마음대로 자란 풀을 아주 살짝씩 다듬어보려고 해요. 모조리 자르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자연스러운 숲의 모습이니까요. 가끔 찾아와 주시는 분들의 발걸음이 풀 위에 여러 번 나게 되면, 숲을 오르는 길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그 길을 오가며 더 걷기 편하게 땅을 단단히 다질 거예요. 용기 내어 작품이라는 묘목도 심고, 색색의 꽃도 가꿔볼게요. 찾아오시는 분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숲이기를 바랍니다. 평화로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