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이 단 20분만 잤다.
그조차도 아침 10분, 오후 10분 책상에 엎드려서.
아득히 멀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며 묵묵히 한 길로 나아가는 것은
내가 잘하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해낼 수 있는 일.
빨랫감을 비틀듯 근육을 쥐어짜고
단숨에 승부 보듯 뜨거운 몰입이 필요한 일,
앞 뒤 옆 돌아보기는커녕
숨 쉴 틈도 없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지금의 일은
못 하겠다. 안 되겠다.
깊이를 다지는 일이 아닌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
사방에서 채찍이 쏟아지는 듯한 이런 상황은
정말 못 견디겠다.
너무 괴롭고, 병이 된다.
물리적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지금의 일,
오늘도 꼬박 밤을 지새야 수습할 수 있을 텐데
별 수 없지, 해내야지. 우선 하루만 더 견뎌보자.
내가 한 명 더 있었더라면.
내가 나를 꼬옥 안아줄 수 있었으면.
내가 나에게 안길 수 있었으면.
안 맞는 옷을 입어 너무 불편하고
신체와 정신이 무척이나 괴롭고 시야도 몽롱하지만
그보다 더 아찔한 것은
지금 내가 선 벼랑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것.
이 또한 잘 극복하고, 잘 나아갈 거라 나 자신을 믿으면서도
솔직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 이 순간만은 정확하게 혼자다.
난 이럴 때 삐딱해서,
더욱 또렷하게 혼자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