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게 보내는 미화된 욕설
잠깐은 아무 감정도
나를 휘덮지 못하게 방해하지 못하게
조용히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
사랑 앞에 모든 걸 각오한 것 같지만
우리 모두 별거 아닌 듯
흘러가는 무심한 바람과
눈이 부시게 맑은 줄무늬 파도에
닿을랑 말랑 한 호기심으로 만든 모래성처럼
가만히 얹혀져 있는 형태들이야
분명히 성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보니 나는 모래 알갱이야
그들이 파도처럼 나를 움직여
떠밀려 가고 떠밀려 오는 방법도 모른 채
내 손톱 사이사이 볼의 솜털 사이사이 그 따가운 물이 스미면
모든 세포가 끓어 녹아내리듯
저 허공으로 굴러 떨어져
순식간에 가라앉고 떠오르고 스치고 밀리고 끌려 숨어져
물살을 처음 만들어 보는 파도와
성을 단단하게 뭉쳐보는 모래 한 알이
분명히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어!!!
-버려져 굴러다니는 알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