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르네 마그리트
언어의 본질
“엄마 사랑해”
처음으로 아이가 ‘엄마, 사랑해 “라고 말해주었을 때 여느 부모처럼 나 역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40개월 즈음 문장발화가 본격적으로 트면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사랑해,라는 말 자체가 늦었기에 그 감동은 더 깊었다. 딸이 문장으로 나에게 처음 얘기했던 것은 ”엄마, 귀여워 “라는 말이었다. 아이와 둘이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중,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가 넌지시 건넨 말이었다. 내가 놀란 모습을 보며 아이는 오히려 즐거워하며 방긋 웃었다. 아이가 튼 첫 문장이 나를 향한 사랑이 담긴 말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이 차올라, 이후 저녁식사를 설거지하며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제 딸은 여엇한 다섯 살 어린이가 되어 또래아이들만큼 문장을 구사하며 발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발화 수준이 되었다. 이젠 아이의 발음을 알아듣고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보니 아이가 하루 종일 앙증맞게 조잘조잘하는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인지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내가 잘 못 알아들을 땐 아이가 화를 내기도 하고 뾰로통하게 있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 이 상황에 아이도 적응하며 한번 더 설명해 주거나 본인의 방식으로 다르게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이런 소통이 반복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말들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지나가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사랑해”라는 말은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나에게 전하는 말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밥을 먹을 때, 놀 때, 책을 다 읽어줬을 때, 머리를 말려줬을 때 등등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이는 나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들려주고 있다. 이 말에 너무 익숙해져서 “응, 엄마도 사랑해”라는 말이 관습처럼 나오던 어느 날, 아이는 내 귀에 속삭였다.
“엄마, 내가 예쁜 말 많이 해서 좋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당연한 것이 아님에도 당연하게 느껴지던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순간들. 나는 어느새 그 고마움을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두 인물과 그 앞의 근엄하고 퍼즐처럼 쌓여있는 돌은 언어가 가진 의미의 불확실성과 언어가 지닌 구조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소통의 어려움이나 딱딱한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 한마디가 순간을 견고하게 만들고 우리의 관계와 기억을 오래도록 지켜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어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를 알 수 있고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누군가의 글처럼, 말은 우리 삶과 방향, 우리의 관계,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친밀감 속에서 우리는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말이 우리를 아름다운 길로 인도하듯 가족 안에서 따뜻하고 빛나는 말이 충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어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 거창하게 사용되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행복의 즐거움을 담는 은율이 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사랑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나는 이 말속에 담긴 우리 딸과 나 사이의 견고한 친밀함, 따뜻한 시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빛나는 미래를 마음 깊이 떠올린다. 이 말이 얼마나 매일의 일상 속 작은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며, 우리의 하루를 더욱 빛나게 하는가. 단순하지만 서로를 온실처럼 따스하게 보듬는 말로 하루를 채워나가고 싶다.
“너는 나의 사랑이야.”
“엄마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정말 소중한 존재야.”
“언제나 가장 멋진 아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