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밤은 경쾌했다

by 김샤갈

보통의 날, 우리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가족이다. 여행 중이라고 해도 그 리듬이 크게 흐트러지진 않는다. 하지만, “현지인 추천 야시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타이베이 여행 중 어느 날은 우리도 어둠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남편이 현지인에게 추천받아온 “찐” 대만 체험장, 랴오닝 야시장에 다녀온 거다.


좀처럼 없는 야간 외출 소식에 아이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엄마의 최애 패션템인 화가 모자를 제 머리에 얹으며 “꾸미기 끝”이라고 외쳤다. 뭐지, 이 한도 초과의 귀여움은?

아이의 꾸밈이 끝나기 바쁘게 우리는 현지인이 추천한 ‘진짜 대만’을 만나러 랴오닝 야시장으로 향했다. 뜻밖에도 그곳은 우리가 머무는 호텔 근처였다. 밤 외출치고는 꽤 수월한 거리였다. 핵이득 �


신이 난 아이의 콧노래에 발을 맞추어 걷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랴오닝 야시장에 도착했다. 줄을 서서 움직여야 했던 다른 야시장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하마터면 야시장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크지 않은 규모, 경쾌한 분위기, 익숙지 않은 향기, 여행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거리. 이것이 랴오닝 야시장의 첫인상이었다.


이 경쾌한 야시장에는 유독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문득 노량진 수산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곳의 분위기 덕인지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한껏 가벼워졌다.

우리는 길지 않은 야시장의 거리를 한두 차례 오가며 가장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골랐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젠슨 황이 다녀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집이었다. 아는 얼굴이 기둥에 붙어 있으니 괜히 믿음이 갔다고나 할까. 하하.


성격 좋아보이는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길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손가락과 “쯔거 쯔거”로 (맛있을 것 같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사장님은 아이가 앉을 수 있는 베이비 체어를 가져다 주셨다. 매 순간 느끼는데, 대만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앉고보니 우리 테이블은 마치 젠슨황과 함께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자리인거다. 남편 왈, 그것은 전적으로 나만의 느낌이라고. 나만의 느낌이라도 난 좋기만 하더라 뭐.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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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과 함께 앉아서, 대만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는 맥주, 18을 주문했다. 이 맥주는 18일 동안만 유통되는 생맥주라고 하는데, 이걸 마시지 않으면 한국에서 온 애주가라고 할 수 없지.


맥주잔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고, 소주잔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대만 맥주잔에 생맥주를 또르르 따르고, 대만의 대표 맥주 18을 꿀꺽꿀꺽. 딱 두 모금 마시니까 끝이다.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이 한 가득이다. 내가 아는 해외 맥주에 비하면 가벼운데, 그게 또 매력적이다. 작은 맥주잔에 딱 어울리는 그런 감성이다.


그림을 보고 주문한 요리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우리가 고른 음식들은 생각보다 향이 강하지 않아 아이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맛도 아주, 아주 좋았다. 직접 주문해 먹어보니 이곳이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야시장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 젠슨 황이 찾아온 이유도. �


배도 마음도 든든해진 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야시장을 빠져나왔다. 아이의 콧노래는 여전히 가볍고, 그 밤의 대만도 꼭 그랬다.

랴오닝 야시장은 크지 않았지만, 우리가 원하던 대만은 그 안에 다 들어 있었다. 시끄럽지 않았고, 부담스럽지 않았고, 이상하게 편안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런 경쾌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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