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더러운 곳에서 살지 않는 이상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고 설치류 특유의 코 벌름거림과 그럴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수염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어렸을 적 햄스터가 국내에서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여러마리를 키워봐서 익숙한 탓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쥐가 나오는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서운 기억이 없었다. 남들에게는 대부분 불쾌한 존재라는 것도 커서야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 일을 시작했을 때, 회사 주변엔 하늘을 받치는 듯한 높은 빌딩들이 즐비해있었다. 문득 정신없는 이 곳이 광활한 초원이고 치타와 사자가 뛰어다닌다면 나는 구석 어딘가에서 무사하기만을 꿈꾸는 생쥐 한마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중요한 계약을 하러 갔을 때 어리다고 은연중에 무시당하거나 택시를 탔다가 (아마도)젊은 여자라 쫒겨나듯 승차거부 당했을 때도 나는 이 사회의 최약체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하필 일과 사랑 자아실현 그 어느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작디 작은 존재.
요즘 햄스터 한 마리를 데려와 키운다. 겁이많고 약하지만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내겐 기쁨이다. 사부작 사부작 움직여가며 뭘 그리 바쁘게 사는지 모르겠다. 한없이 작은 그들에게 왠지 마음이 간다.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다 잠드는 모습이 왠지 날 닮은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