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흔에 찍었던 사진 소싯적이라고 내밀며
이때가 좋았는데 이때는 그래도 고왔는데
수줍게 말하던 사람들 얼굴이 아직도 환하고 곱네요.
퉁퉁 붓고 곱은 손 뭣이 좋다고 꼭 잡고서
고생 참 많이 했지.
고생 참 많이 하셨어.
수많은 고생으로 함께 낡고 얼룩진 그 시간 앞에서
나는 자꾸만 아찔해지는 걸요.
“나 죽으면 젊은 년이랑 남은 사랑 더 하소.”
괜한 심술을 부리던 날이면
“안 서는 영감을 어떤 할멈이 데꼬 살랑가.”
“안 서면 어때요, 나가 주저앉으면 되지.”
껄껄 주고받던 야한 농담이
몸보다 사랑이 더 오래 산다는 말처럼
한없이 뜨뜻하게만 느껴지네요.
혹시 다리 아프면 여기 앉아서 잠깐 쉬어요.
좀 나아지면 다시 걸어보고요.
지나온 것보다 부쩍 짧아진 남은 길
그 끝까지 함께 가는 저 늙은 부부처럼,
우리도 좀 멀리까지 걸어볼래요?
“매일 같은 이불 덮고 누웠다가
지난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이 오면 우리 만나거나 말거나 합시다.”
“여즉 살아있으면 내일 젤 먼저 봐요.
이 담에 당신 죽는 것도 내가 젤 먼저 볼 거요.”
이토록 무심하게 아름다운 말들 오래 오래 나누면서
우리도 서로 젤 먼저 보고 젤 늦게까지 보면서 살아볼까요.
누군 먼저 늙고 누군 아직 젊고 그런 거 없이
우리 공평하게 같이 늙어갈까요.
우리도 해로(偕老), 할까요.
지금부터 딱 백 년만 그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