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장사꾼은 역시나 철저하지 못한 법이다.
깜빡하고 고구마를 준비하지 못해 이런 뻔뻔한 자아성찰로 출발해야 했던 날이 있었다.
(완벽하면 초보가 아니라는 위로도 필요했고.)
그래도 장사는 해야겠고, 울며 겨자 먹기로 어디서 얻어온 감자를 구워 팔았다.
고구마보다 크기도 작은놈들이 더 뻑뻑해서 익는 데는 한참이 걸려 애를 먹이더니,
(괜히 '뜨거운 감자'겠는가)
'구운 감자'라고 크게 써붙여도 좀처럼 찾아주는 손님이 없었다.
장작은 하염없이 타고, 매운 연기는 뿜어져 나오고, 그런데도 매출은 최악.
혼자서 감자 몇 개 까먹다가 그날 장사를 접고 말았다. 더 안타까운 건 구운 감자가 정말 맛있었다는 것.
'더 고생하면서 구워낸, 아주 고소하고 담백한 구운 감자는 왜 팔리지 않는가.'
감자가 물릴 때쯤 돼서야 초보 장사꾼은 약간의 깨달음을 얻는다.
추운 거리의 허기진 이들이 찾는 건 담백하고 밍밍한 감자가 아니라 달달하고 또 달달한 고구마라는 것.
아무리 맛있어도 고구마 장수가 파는 감자는 왠지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
겨울의 거리에선 구운 감자보다 군고구마가 정겹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군고구마보다 통감자가 익숙한 법이라는 것.
그런 익숙함을 깨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깼을 때 우린 '혁신'이라는 말로 찬사를 보낸다.
게이츠 형, 잡스 형, 머스크 형, 테스 형...
맛있게 잘 구워져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 감자 몇 알을 보며
세상을 바꾼 여러 혁신가들을 새삼 떠올렸다.
그들의 노력은 아마 매운 연기를 한참 흡입하며 눈물 흘린 시간들보다 더 처절했으리.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온다.
먹기는 힘들고 살기는 더 어렵다는데,
자신만의 감자든 고구마든 주섬주섬 챙겨 나와서 오늘도 맵고 거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삶이, 그런 사회가 너무도 익숙해진 오늘에야말로
그런 이들을 위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겠다.
장사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세상을 바꾸는 일은 오죽하겠냐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