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이른 저녁 하늘은 거뭇하다.
거뭇한 거리에 회색빛 사람이 얼굴을 파묻고 엎드린다.
절뚝이는 이,
못 보는 이,
굶는 이,
빈 바구니.
하늘이 무심하고
세상이 무심하고
나는 무정하고
언젠가 나에게 무참해질
거뭇한 무심함의 순환 속에
나의 시선은 불편하고,
어딜 급히 가니 바쁜 발바닥들아?
엎드린 자여 일어나 걸으라, 하고는
(제발 걸어주세요.)
못 보는 자여 눈을 뜨라, 하고는
(제발 봐주세요.)
날이 추우니 너도 이제 돌아가야지, 하고는
(제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주세요.)
어깨를 움츠리고 떠나는 나의 뒤로
짤랑, 구세군 종소리는 무심한 듯 멀리 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