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1일, 제주도엔 눈 비스무리한 우박이 쏟아졌다.
그날도 나는 군고구마를 구워 팔고 있었다.
군고구마 장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따뜻하거나, 춥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변함없이 고구마를 굽겠다며 당차게 다짐을 했는데,
지난해 마지막 날 기적처럼 눈이 내렸고,
나는 여전히 고구마를 구웠으니,
어쨌든 한 해의 작은 다짐 하나는 지켜냈던 셈이다.
그리고 다시 한 해가 간다.
계획과 성취와 실패가 엉켜서 지나갔고,
시간은 역시나 빠르게 스쳐갔다.
그리고 나는 달력의 마지막 장 앞에서
지켜낼 것들과 지키지 못할 것들이 마구 섞인 여러 다짐들을 다시 중얼거린다.
12월 31일은 언제나 12월 31일이다.
그날은 언제나처럼 다시 돌아올 거고,
우리는 크고 작은 다짐들을 지키고 또 어기면서 한 해를 흘려보낼 거고,
그렇게 순간순간 지켜낸 다짐들로 단단해지고 지키지 못한 다짐들로 깨져갈 테다.
모쪼록 그런 새해에도 역시나 안녕, 했으면 좋겠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