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by 차구마
18.png


노래의 기본은 듣기다. 반주의 멜로디와 리듬이 들려오면 거기에 맞춰 정확한 음정과 가사를 뱉어낼 때 비로소 '잘 부른 노래'는 완성되는 것이다.


다만 새해 마을 경로잔치에서 '잘 부른 노래'의 공식은 무참히 깨지고 마는데, 들려오는 노래방 반주 따윈 무심히 흘려보내고 자신의 박자에 맞춰 아는 음정과 가사대로 부르는 어르신들의 노래는 때론 정직하고 정확한 노래보다 기쁘고, 구슬프고, 절절하다. 어르신들은 그런 노래들을 부르고, 또 읊조린다.


한때는 같은 노래를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흥얼거렸을 어르신들이다. 그저 삶의 풍파에 몸으로 부딪히며 그들의 듣는 귀와 부르는 입이 늙고 지쳤을 뿐이다. 그 지난한 삶을 함께 살아낸 서로는 서로를 알고 있기에 '못 부른 노래'에도 주변 어르신들의 웃음과 박수는 끊길 일 없는 거고, 봉사랍시고 찾아와 지나간 시대의 끝자락을 밟고 서 있는 젊은것들도 애써 웃음과 춤판과 환호로 어렴풋이나마 그런 삶을 이해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마을회관에 '잘 부른 노래'는 있어도 '못 부른 노래'는 없다.


그렇게 어르신들의 '잘은 못 부른 노래' 속에서도 <찔레꽃>은 슬프게 피었고, <땡벌>은 님을 찾아 날았으며, 그 해의 첫날은 무사히 훑고 갔다. 아마 올해의 첫날은 노래도 없이 조용히 열렸겠다. 올해의 마지막 날은 시끌벅적, 무사히 여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의 노래가, 건강한 뭇웃음과 박수가 다시 들렸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중얼거려본다. '싱어게인.'




이전 13화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