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어떤 행위 단위로 쪼갤 수 있다면, 아마 나의 이번 명절 연휴는 절반 정도가 쪼개지지 않은 뭉텅이로 남아있겠다. 나는 이번 연휴의 대부분을 누워서 보냈으니까. 이렇게 누울 수 있었다는 건 큰 축복이자 슬픔. 내가 가만히 누워서 흘려보낸,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들을 누군가는 서서, 걷고, 뛰며 보냈을 테다.
누웠다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깨끗한 거리를 걷고, 물건을 사고, 배달음식을 시키고, 거리는 안전하고, 불빛은 따뜻하고, 나는 다시 누워서 조용한 밤을 맞고 하던 그 연휴의 모든 날을 보내고
버스를 운전하고, 지하철을 운행하고, 거리를 쓸고, 물건을 팔고, 배달음식을 배달하고, 치안을 유지하고, 화재를 진압하고, 그렇게 외롭게 쓸쓸한 밤을 지키던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했어야 할 말들만 여즉 남겨둔 채, 나는 또 한해 연휴를 빚졌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은 눕지 않고 서서 걷고 뛰며 빚진 연휴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하며 나는 구부정히 모로 누워서 빈다. 모쪼록 새해에는 복이 가득하길. 연휴를 빌려주고 대신 연휴를 잃어버린 이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