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 내가 집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이 아파트에는 아주 활달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웃이 있다. 활달과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표현은 좋게 포장한 것이고, 실상은 오지랖이 넓고 할 말 거를 말 없이 모두 한다에 가깝다.
워낙에 한번 붙잡히면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스타일인데, 상대가 어떻든 간에 본인이 알고 있는 아파트 내의 대소사나, 참견 등을 모두 들어야 했다. 듣고 싶건, 듣고 싶지 않건.
사실 우리도 여러 번 당한(?) 적이 있고, 다른 이웃들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지라 우리는 그 이웃이 사는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머물러 있다면, 기다렸다가 다음 것을 타는 정도였다.
엄마는 그렇게 가급적 피하고 피했던 이웃을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마주친 모양이었다. 엄마는 그동안 다른 이웃들에게도 상세히 아빠의 상황을 설명한 적은 없었다. 누군가 걱정이 되지만 조심스레 물어보면 항암을 받고 있고 상황이 좋지 않다 정도가 다였다.
그 이웃아주머니는 엄마를 마주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아니,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엄마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싸움을 걸어 괜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싸울만한 가치도 없는 수준이긴 했다. 엄마는 그날저녁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나머지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나 또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어떻게 상대의 상황이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매정한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알고 그랬다면 잔인하다 못해 비정한 사람이고, 모르고 무심코 했다면 그 또한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된 처참한 공감능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후자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참 별 일이 다 있다. 아빠가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엄마와 나는 한참을 상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