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귀가 제법 밝아졌다. 엄마에 비해선 아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큰소리나 부딪히는 소리, 떨어지는 소리에 예민해졌다. 아빠가 몇 번 넘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크게 넘어진 것은 아니지만 아빠는 최근 기력이 없어 걷기가 힘들기 때문에 엄마가 늘 보조를 해야 한다. 엄마는 자다가도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깨서 같이 화장실을 다녀온다. 몇 발자국도 아빠에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빠엄마는 침실의 불을 조금 켜 둔 채로 잠자리에 든다. 밤중에 화장실에 갈 수도 있을 때 덜 위험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것을 엄마가 도움을 주고 있어 내가 직접 뭔가를 하지는 않지만, 먼 방에서 괜히 나도 뭔가의 소리에 예민해졌다. 혹시 집에서 뭔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거나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잠이 깬다. 바보같이 너무 피곤해서 눈치도 못 채고 곯아떨어질 때도 있지만 종종 자주 잠에서 깬다.
창문밖 주차장이나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서 깰 때도 있다.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인가 해서이다. 잠결에 깜짝 놀라서 깨면 잠이 한순간에 달아난다. 별일이 없다는 걸 문을 살짝 열어 확인하고 다시 잔다.
아직은 별일이 없음에 늘 안도하지만 별일이 생길까 늘 두려운 것 같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면서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상황이 항상 두렵다. 무섭다. 그래서 잠귀가 밝아진 것 같다. 나는 평소 잠귀신인데도 말이다.
아빠의 밭은 기침소리가 방문너머 들린다. 다 괜찮길. 아빠가 늘 덜 아프길. 내일은 좀 더 힘이 나길. 엄마도 덜 힘들길. 편안히 푹 자고 난 뒤의 아침을 맞이하길.
우리 모두 오늘은 편안한 밤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