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데 어렵다

by 모구차

아빠는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통증이 심해지고 기력이 떨어진 아빠는 말하기도 힘에 부친다고 했다. 적막한 집에 엄마와 내가 되도록 이야기를 채우려고 한다. 예전얘기를 가끔 한다. 아빠 그거 기억나냐고. 아빠는 기억이 힘에 부친 것인지, 정말 기억이 안나는 것인지, 그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기력이 없고 통증이 너무 심해서인지 그냥 모르겠다고 한다. 가끔은 그냥 고개를 내젓는다. 가끔은 나한테 그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한다.


아빠는 혼자 있는 것을 불안해한다. 엄마가 장을 보러 잠깐 집을 비워도 그렇다. 엄마가 시장 갔다 올게라고 할 때마다 아빠는 눈이 동그래진다고 한다. 알겠다고 하면서도 말이다. 엄마는 아빠가 불안해하는 걸 알기에 빨리 갔다 오겠다고 한다. 가끔 장 보는데 내가 같이 갈 때도 있다. 둘이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재빠르게 돌아올 때도 아빠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한다. 아빠는 혼자 있는 걸 불안해한다. 무서워한다. 싫어한다.


아빠는 짜증 섞이고 모진 말을 하곤 한다. 유독 엄마에게 그런다. 아빠는 엄마가 없으면 나에게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면서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엄마에게 내는 짜증이 아니라 병에게 내는 짜증, 고통과 통증이 불러온 말들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듣는 것은 다르다. 짜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좋지 않을 것이다. 통증이 암이 고통이 아빠를, 엄마를, 우리 모두를 더욱 괴롭게 한다. 아빠는 요즘 짜증 낼 힘이, 기력이 없을 때가 더 많아진다. 아무 말이 없다. 고개만 끄덕이거나 저을 때도 있다. 짜증은 차라리 아빠가 조금은 더 힘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아빠가 짜증을 내면 모두의 기분이 상하지만 아빠가 짜증을 안내면, 기운이 없으면 그것도 기분이 상한다.


병이, 통증이, 아빠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달라지는 일상들. 달라지는 아빠. 그 마저도 붙잡고 싶은 우리의 매일들. 어렵다. 그럼에도 감사해야 하는 것도 안다. 그래도 어렵다. 감사한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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