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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희연 작가 Feb 18. 2019

외로움

차희연의 심리톡톡

결혼을 하신 분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한명이 이런 말을 꺼냈다.

“난 남편이 있어도 외롭더라.”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남편이 있으니까 더 외로운 것 같아요.”

“남편이라는 존재가 참 신기해요. 없으면 궁금하고 있으면 귀찮아요.”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 한 사람 중 62.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외롭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26.7%밖에 되지 않았다.

혼자 산다고 외로운 것도 아니고 결혼을 했다고 외로움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의 함정>이다.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고 자신의 인생도 혼자 살아가야한다.

배우자가 있던 없던 자신의 인생은 자기 혼자 살아나가야만 한다.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둘이 함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삶의 궤도를 움직인다.

결혼을 해서 같은 집에서 살 뿐이지 남편과 자녀는 각자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들의 모든 인간관계를 공유할 수도 없고 공유해서도 안 된다.


혼자서 보내는 것을 외롭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있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15년지기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공감하면서 대화를 한 것이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평화롭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아.

결혼을 하고 나서 너무 남편과 시간을 보내야하니까 그게 더 힘들어.”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에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자신만의 힐링 시간이라고 말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하면서 침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고독한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 고독한 시간을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진실 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가볍고 지나가는 관계들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존 볼비(John Bowlby, 1907~1990)의 애착이론에서 발달한 성인의 애착에 관한 심리연구에 따르면 4가지의 애착 형태가 발견이 되었다.


안정 애착관계가 형성이 된 사람들은 서로 친밀함을 느끼면서도 각자의 독립된 삶을 인정하고

그 사이의 욕구를 잘 조절하면서 편안하게 지낸다.

안정적인 관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모든 시간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몇시에 들어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오늘은 내 자유시간이네. 재미있게 놀다가 알아서 들어와.”


불안정-몰입 관계의 경우는 서로에게 너무 과도한 친밀함을 요구하면서 의존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적기 때문에 너무 과하게 걱정을 하거나 오버해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보 사랑해. 오늘 일찍 들어와요.”

“미안. 오늘은 회사 회식이야.”

“그럼, 회식가서 화상전화해요.”

“회식이라 화상전화는 하기 힘들긴 한데 노력해볼게.”

“왜 전화 안했어?”

“회식이라 전화하기 조금 그렇쟎아.”

“지금이라도 화상통화 해줘.”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화상전화를 하라고 요구하는 아내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이다.

회식이 일인데 어떻게 매번 매순간 아내한테 화상전화로 보고하냐는 것이다.

화상전화를 하지 않으면 회식이라도 못가게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화상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거부-회피 관계는 서로 높은 독립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친밀한 애착 감정에 불편해하고 가까운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려고 한다.


“우리는 파트너야. 너무 간섭하지 말고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하면 좋겠어.”

결혼을 하면서 방도 각자쓰기로 하고, 결혼과 별개로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해도 된다고 했다.


두려움-회피 관계는 친밀해지고 싶으면서도 그 친밀한 감정을 피하고 싶어하는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제가 4년간 짝사랑 하던 남자에게서 고백을 받았어요. 그런데 고백을 받자 마자 정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고백을 거절했어요.”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외로움의 원인을 아내나 남편과 같이 주변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했으면 상대방이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외로움의 원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외로움>의 채널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울 때 ‘춥다’고 느끼는 이유는 ‘외롭다’는 인식이 체온을 떨어뜨리고 주변의 온도를 더 차갑게 인식하게 만든다.


20년 넘게 외로움을 연구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교 신경과학자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는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믿는다.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협동하면서 함께 살아가야하는데

외로움을 느껴야 새로운 친구를 찾거나 협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


외로움의 진짜 문제는 습관적이고 만성적인 외로움이다. 습관적이고 만성적인 외로움을 1년 이상 지속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외로움을 습관적으로 느끼는 것은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만성적으로 외로움 느끼게 되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고, 조기에 사망할 위험이 외롭지 않은 사람보다 14%나 높아진다. 면역기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도 과도하게 분비가 된다.

‘나만 혼자야. 나만 소외된 것 같아.’라고 느끼게 되면

암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가 되는

‘배측 전대상피질(daCC)'이라는 영역이 활성화 된다. 생물학적으로 실제로 느낄 수 있는 통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경험하는 외로움을 분석해보니 7가지의 다른 유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


첫 번째는 새로운 상황 외로움(New-situation loneliness)이다. 새로운 곳에 이사를 가거나 이직을 하거나 전학을 가게 되었을 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때 느낀다.

이럴 때는 그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어색하더라도 모임에 몇 번 참석을 하다보면 해결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군중속의 고독(I'm-different loneliness)이다. 주변에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그 사람들과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느끼거나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느낄 때 생기는 외로움이다.

그저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같은 주제와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사와 대화주제에 끼어들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모임에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파트너 없음의 외로움(No partner loneliness)이다.

친구나 가족과 같은 특별하고 친밀한 관계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인 연인간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이나 느낌을 갈망할 때 느끼는 외로움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소개팅 어플리케이션들이 많다.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사람을 꼭 만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그 어플리케이션 속에서 대화만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애완동물이 없을 때 느끼는 외로움(No animal loneliness)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이 자신만을 온전히 사랑하고 기다리고 자신이 돌봐줘야 하는 애완동물이 없으면 완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직업이나 상황 등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면 SNS에서 애완동물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공유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 주변의 애견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도 추천한다.


다섯 번째는 자신만의 시간이 없을 때 느끼는 외로움(No-time-for-me loneliness)이다.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느라 너무 바빠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을 때 생기는 외로움이다.

이럴 때는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혼자 커피를 마시거나 바람을 쐬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여섯 번째는 신뢰하는 친구가 없을 때 느끼는 외로움 (Untrustworthy-friends loneliness)이다.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여전히 혼자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중요하지만

오랜 친구들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자.

그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


일곱 번째가 조용한 존재 외로움(Quiet-presence loneliness)이다.

부부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 없이 남편은 TV를 보고 아내는 스마트폰을 보기만 할 때 느끼는 외로움이다.

만약 같은 공간에 배우자가 있더라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수도 있다.

8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한다거나, 저녁식사 때 만큼은 TV를 끄고 대화를 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성장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만큼 좋은 활용이 더 있을까.

공자, 부처, 나폴레옹 등 인류 역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나 예술을 통해서 큰 획을 그은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성장했다.

혼자 있는 시간만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시간을 쏟아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들도 온전히 시간을 쏟아줄 수 없다.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혼자만의 시간은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자기 개발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고, 운동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함을 느낀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이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외로움>을 느낄 것인가.

이 시간에 자신을 탐색하는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글 차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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