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희연 작가 Feb 18. 2019

익명성, 타인을 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차희연의 심리 톡톡

15년 전쯤 사촌오빠와 어딘가로 가던 중

차 사고가 나서 시비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차는 중학교 학원 버스 같아 보였는데

그 버스의 잘못으로 생긴 사고였다

그 버스 안에 있던 여중생들이 그 안에서 꽤 소란스러웠는데

그 가운데에 사촌오빠에 대한 욕이 들려왔다.

그러자 사촌오빠의 아내가 화가 나서 말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나와서 앞에서 말해!"

그러자 일시에 조용해졌다.

아무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 전 SNS 찌라시가 유포되어서 최초 작성자를 찾았다.

그저 방송가에 떠돌던 소문을 지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작성한 것이 50번의 전달들 속에서 완성이 되었다.

최초 유포자는 이 정도로 퍼질 줄 몰랐던 듯했다.


 "이 정도로 커질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


당사자들에게 미안해서 사과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처벌받게 되어서 사과하는 것일까.


익명 속에 숨어서 ‘Ctrl+c / Ctrl+v’ 죄가 될 줄 몰랐다가

죄가 된다고 하니까 무서워져서 사과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익명 속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잔인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연예인들의 기사에 달리는 덧글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악플이 달릴 만큼 나쁜 사람들이었을까.


사실은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저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다른 사람에게 버리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기사에 악플을 단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오히려 30대~50대의 직장인에서부터 대학 교수까지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왓슨 로버트 왓슨(Robert Watson) 연구팀이 24개 문화권의 자료를 조사하였다. 전투에 나선 전사가 변장을 하거나 몸에 색칠을 하는 등 자신의 정체성을 가릴수록 학살을 한 경우가 많았고, 포로에 대한 고문이나 신체절단 등의 가혹행위가 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더 잔인해진다.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500건의 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변장했을수록 사람들에게 더 심각한 부상을 입혔고 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성향이 발견됐다.


범죄자나 폭력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런 익명성이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익명성의 효과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기가 바로

‘학기 초’이다.

학기가 시작될 때 친구들과 잘 사귀어놓지 않으면 1년이 괴롭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고 친해졌어도 그 친구들 중에서 영향력이 있는 아이와 갈등이라도 생기면 갑자기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플로리다 대학의 스콧 프레이저(Scoot Fraser) 연구팀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초등학생들의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다른 아이들과 힘을 겨루면서 놀게 했다.

처음 시작은 평상시의 옷차림으로 놀이를 시작하다가 놀이가 끝나기 전에 변장을 하고 몇 분 더 놀게 했다.

변장 용품을 착용하자마자 상대를 거칠게 밀어버리거나 넘어뜨리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의 비율이 42퍼센트에서 82퍼센트로 높아졌다.


익명성,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긍정적인 성장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성은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인 인간은 그 사회의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 사회의 조화를 깨트리는 사람을 발견하면 심판자를 자처하는 것도 사회성의 한 가지 방법이다.

자신이 규칙을 지키는 것도 사회성이고 규칙을 깨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지적하는 것도 사회성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나름대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심판자의 역할을 맡고, 심판자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의 동기는 사회성에서 찾아야 한다.


일리노이 대학의 에드 디에너(Ed Diener)도

핼러윈 축제에서 익명성이 범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를 입증했다.

시애틀의 1350명의 어린아이들이 핼러윈 변장을 하고 곳곳의 가정을 찾아가서 사탕을 달라고 했다.

실험에 참여한 20채의 집에서 실험 연구 보조자들은

찾아오는 아이들의 절반에게는 이름을 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여있는 사탕과 돈을 두고 자리를 비운 후 아이들을 관찰했다.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아이들의 57%는 허락 없이 사탕과 돈을 가져갔다.

이름을 물어본 아이들은 7.5%만이 허락 없이 사탕과 돈을 가져갔다.


수백 명의 덧글 속에서도 얼굴이 드러나 있거나 자신의 실명으로 글을 쓰거나 직장명이 쓰여 있으면 조심하게 되어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익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자

많은 네티즌들이 언론통제라고 하면서 비판을 한 적이 있었다.

실명으로 전환을 하고 나서는 악플이 이전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정보가 공개가 되면서

페이스북 계정이나 카카오톡 계정으로 편하게 로그인이 되었다.

자신이 스스로 자기의 정보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공개할수록 같은 말이라도 조심하게 된다.


심리연구에 따르면 주변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규칙을 더 잘 지키게 된다.

주변의 시선이 없다면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볼 수 있을 때 자의식이 높아지면서 더 양심적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공장소에서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다.

지나가는 그 행인들의 주관적인 행복지수를 조사한 후 무작위로 5달러에서 20달러의 사례금을 주었다.

사례금의 액수와 관계없이 절반의 사람에게는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거나 기부를 하라고 했다.

그날 저녁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 주관적인 행복 지수를 측정하자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거나 기부를 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타성과 행복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다.


모든 행동은 자신에게 심리적인 충족감을 준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할 때 만족하게끔 진화되어 왔다.


타인을 비판하는 것도 타인을 돕는 것도 사회성의 산물이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다면

비판을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돕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까?


오드리 헵번이 말했다.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언제나 #선택은 너의 몫 #무엇이세상을 #아름답게하는지 #선택해봐


글 차희연


copyright ⓒ 2019 cha hee yeon all rights reserved


#차희연 #차희연작가 #다음책 #집필중 #미리보기 #저작권있음 #퍼가기금지 #출판예정임


작가의 이전글 자기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선택을 하고도 쉬운길을 찾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