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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희연 작가 Feb 02. 2019

두려움이 절박함을 만들고 절박할때 인간은 시도하게 된다

차희연의 심리톡톡

얼마 전 만난 지인이 함께 살고 있는 조카에 대해 걱정을 시작했다.
“조카가 우리 집에서 경찰공무원 공부하고 있는건 알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요즘 취준생이 직업이 된 것 같다. 충격요법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그냥 내가 자격증을 따서 보여줄까봐. 그럼 열심히하지 않겠어?”

삼촌은 조카가 <취업준비생이 직업>이 되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1년 전 조카가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삼촌집에서 공부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 장교 출신인 조카가 ‘알아서 공부 하겠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
조카가 집으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조금씩 걱정이 시작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합격한 사람들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고 했다.
군에서의 경력 덕분에 벌써 30점이나 유리한데도 ‘아직’합격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벌써 4번이나 떨어졌는데 긴장하고 바짝 공부를 하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 집에서 학원을 다녔으면 부모님 눈치보느라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혹시나 내가 너무 편하게 해준 것은 아닐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집에서 다니는 것이 합격하는데에 더 나은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편한 곳에서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방을 내어주고 잔소리 한번 하기 어려웠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마음이 편해져서 합격보다는 취업준비생인 지금의 상황에 <안주 安住>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군 장교 출신이라 훨씬 유리한데도 계속 떨어지는 것 보면 절박하지 않은 것 같아"

*
한 여성의 고민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제목은 <내 남편은 취업준비생>이다.
이 여성이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직장에 다녔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꽤 잘했던 남자는 시험만 쳤다하면 합격이었고 취업을 준비하고 서류를 접수하기만 하면 항상 몇군데 합격했다.
이 남자가 직장에 다닐 때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 여성은 남편의 직업을 <취업준비생>이라고 했다.
직장에 합격을 하고 얼마 다니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 두고 다시 다른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해서 몇 년간 취업을 하기 위한 공부만 하고 있는
남편 뒷바라지만 해왔다는 것이다.
남편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형도 비슷하다고 했다.
두 형제의 직업은 <취업준비생>이었던 것이다.

*
왜 이 사람들이 <취업준비생>이 직업이 되어버렸을까?
사실 다른 사람이 그들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인생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감정이 ‘불안’이라고 했다. (Freud, S. (1926년). Inhibitions, symptoms, and anxiety. SE, 20:75-174)

‘혹시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아마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 ‘불안감’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불안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그 불안감을 표현한다.
어쩔 때는 조금만 열심히 하면 합격할 것 같은 막연한 희망에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또 어쩔 때는 자신이 합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좌절을 하고 자
신에 대한 실망감에 혼자 조용히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기력하다가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또 실망하고 좌절하는 가운데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때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IMF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채용을 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었다.

이력서를 수없이 넣어봐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채용을 하는 곳도 없었고 하나같이 경쟁이 치열했었다.
사실, 거의 포기하고 있을때쯤 한군데 두군데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고 운이 좋게 한군데에서 합격을 했었다.

힘들게 합격을 한 회사는 입사하고 1년 만에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다시 취업준비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절대 정리해고 당하지 말아야지!>
그때의 다짐이 무색하게 그 후로 단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취업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했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인가에 대해서 매일 불안했었다.
독립을 하고 나서도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다.
일이 없을 때는 없는 대로 불안했고 바쁘면 바쁜 대로 불안했다.

‘이번 달은 바쁘지만 다음 달에는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이 불안감에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오만가지를 공부했다.

어떤 날은 정열적으로 닥치는대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열심히 해도 나아지지 않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좌절하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십년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좌절하고 노력하고 공부했던 것들이 지금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있었다.

만약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없었다면 절박하게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마음 편하게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당시 우리의 모습들도 남들이 볼 때 그리 절박해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시간들을 묵묵히 기다려준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뼘씩 자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도그랬다 #그들도그럴지도모른다. #때로는엄하게 #때로는눈감고 #때로는매몰차게 #때로는따뜻하게 #정답은없다 #누구나 #먹고살그릇은 #갖고태어난다

글 차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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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희연 #차희연작가 #신간 #매일10분마음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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